독자 여러분은 지금 살고 있는 도시를 다른 생명체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으신지요. 이를테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식물이나 곤충, 새, 길고양이나 애완동물의 눈으로 인간이 사는 도시를 바라본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다른 생명체의 시선으로 도시보기’라는 이름의 연구주제로 광주를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의 시선을 고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달 동안 함께 광주천을 걸으면서, 가지가 잘려져야만 도시에서 생존하게 되는 가로수들과, 또다른 식물들, 비둘기 왜가리 청둥오리, 고양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쇠오리 보느라 한참이 지난 줄도 몰랐어요.”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그렇게 자신들이 관찰한 다른 생명체의 시선을 사람들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 도시가 다르게 보였겠지요.

지난 16일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열린 2022년 문화예술교육창의랩에 참여한 여섯 개 랩(LAB) 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는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창의랩지원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예술가·문화기획자·건축가·농부, 교사, 의사 등) 전문가들이 모여 주제 연구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확산하는 3개년 사업입니다. 여기에는 ▲시민행동을 예술 프로젝트로 ▲시민걸음탐구생활 ▲광주를 놀이터로 ▲광주 안의 타자 ▲요리와 이야기 등의 랩이 진행됐는데요. ‘시민행동을 예술프로젝트로’ 참가자들은 광주시민숲 캠핑장을 찾아가 캠퍼들과 놀이를 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해 놀이와 친환경을 결합하는 연구를, ‘시민걸음탐구생활’랩은 걷기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아카이빙 형식으로 연구, 전시로 풀어내 높은 수준의 전시를 보여줬습니다. ‘광주를 놀이터로’ 랩에 참가한 싱어송라이터 임웅씨는 이 랩을 위해 새로 노래를 만들어 함께 부르기도했답니다. 어딘가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힘들다면 여기에서 놀이처방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요리와 이야기’ 랩의 활동이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이들은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재료를 사다 음식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벼를 재배해보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여졌고 전북 전주의 공유공간 ‘플랜C’에 4평 정도 되는 구들장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아마 6월쯤이면 모내기를 할 수도 있겠네요. 말하자면 쌀밥을 지어 먹기 위해 직접 농사짓기부터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지요. 그것이 어떤 문화예술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창의랩은 예술이 광주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질문들을 만들고 답하는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경계 없는 상상과 실험’, ‘더 좋은 도시를 궁리하는 예술적 솔류션’ , ‘과학을 예술적으로, 예술을 과학적으로’ 같은 슬로건들에서 톡톡 튀는 창의성이 보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이제 시작된 이들의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큰 관심이 가는 것은 이런 시민들의 노력이 모여서 도시를 문화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힘, 저는 그동안 그 힘은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문화도시라면 문화적이며, 예술을 사랑하는 근대적 시민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예술품을 갖고 있어도, 곳곳에 멋진 건축물들로 장식된 도시라 해도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차별하는 도시라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바로서지 않는다면 이는 문화도시라 할 수 없습니다. 지구의 생명이 꺼져가는 요즘은 여기에 ‘기후 위기’ ‘지속가능성’ 같은 시대 정신을 갖춘 시민이 있어야 하겠지요.

문화예술교육창의랩은 ‘머리를 맞대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도시에 관한 멋진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여전히 광주의 젊은이들은 광주를 사랑하고, 진지하면서도 재기발랄하게 도시를 가꾸고 싶어합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 도시의 영웅이고 도시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랩이 몇 개 더 만들어지고, 더 많은 시민이 랩의 연구자로 동참하면 좋겠다’, ‘2년 아니 3년이라도 계속하자면 좋겠다’, ‘광주시가 관심을 갖고 함께하면 뭔가 되겠다’는 의견들도 쏟아졌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문화도시 꿀잼도시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