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입원부터 임종까지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유일한 의료인이다. 간호사가 현행 의료법 제10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간호법이 필요하다.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 외에도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을 기획한다. 또 질병의 반응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을 통해 요양을 위한 간호를 계획한다. 그리고 대상자가 자율적으로 건강증진, 질병 예방, 건강회복 및 존엄한 임종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전문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현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직역 간 업무 범위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부당한 업무 지시, 인력 부족에 의한 살인적 노동 강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신규간호사의 47.4%가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환자안전 기여 법률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대한간호협회가 정부에 제정을 요청했던 간호법은 2005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2021년 3월 25일 여야 3당이 함께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4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2022년 5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법사위는 무려 8개월 동안 아무 이유 없이 간호법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보건복지위는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간호법안을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는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자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는 법이라고 지속적으로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

간호사의 처우개선보다 지역사회로 영역을 확장해 ‘간호 단독개업이 가능해져 간호간병센터가 난립하게 된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보조업무만 수행한다’,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되며, 대량 실직상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등의 주장은 현행 의료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돼 단독개업을 할 수 없고, 현행 의료법과 똑같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예외적으로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진료보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보건의료 직역단체에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다른 직역의 업무 범위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은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자 하는 법률이지 결코 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아직 법으로 제정되지 않은 간호법이 아니라, 병원 이익을 위해 의사가 보건의료 직역의 면허 범위를 넘어 불법적인 업무 지시를 하는 데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법(看護師法)이 아니라 간호법(看護法)이다. 현행 약사법이 약사법(藥師法)이 아니라 약사법(藥事法) 즉, ‘약과 관련된 일에 대한 법’이라는 뜻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간호사만이 아닌 간호조무사도 함께 규율 대상이 되며,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국민에게 필요한 간호 수요와 인력을 확보토록 함으로써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기여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제는 간호사들이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늘이 내린 준엄한 소명으로 알고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의료인면허관리강화 의료법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현행 의료법은 살인, 성폭행 등 중범죄자의 의사면허도 유지되는 소위 ‘의사면허특혜법’이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와 요양보호사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취소된다. 하물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은 어떤 전문직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법 준수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논의를 지속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전공의와 개원의 간의 입장 차를 좁혀 나가야 한다. 특히 해묵은 불법 의료 PA문제,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대책도 수립해 의료직역 간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생명 돌보는 포괄적 의료서비스

의료조직도 4차 산업사회에 걸맞게 구성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배분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 창출로 조직의 활력과 능력,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각 직역의 업무 수행도 권위에 의한 명령과 지시에서 대화를 통한 수평적 협력관계로, 그리고 상호 계약적 신뢰 관계로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보건의료 직역 간 공통목표가 완전한 웰빙에서 사망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서비스가 돼 모든 국민이 자율적으로 건강증진, 질병 예방, 건강회복 및 존엄한 임종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통해 진료도 치료중심에서 지역사회 건강증진으로 전환돼 선진 대한민국의 의료비전이 현실화되길 바라는 기대와 간절함을 전하고 싶다.

/김숙정 광주광역시간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