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때보다 바쁜 한 달을 보냈다. 문화부 기자의 시각을 담은 5·18 기획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예술가에 듣는 80년 5월의 그날’을 기획했다. 취제를 위해 연극, 출판, 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계 종사자를 만났다. 기사에 담지 못했던 개인적인 생각과 뒷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자와 만난 예술인은 1980년 5월을 직접적으로 겪은 이와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5·18을 겪은 이로 나뉜다. 5월의 주제로 이야기 하는 예술인들의 사연이 궁금해 ‘물음표’로 시작한 취재는 취재가 끝나고 ‘느낌표’로 바뀌었다.

5·18을 겪지 않은 예술인들은 함께하지 못했던 마음의 부채와 미안함 속에서 광주의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5월을 겪은 예술인이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왜곡과 폄훼에 맞서 바로잡기 위한 마음’이다. 1980년 5월이 끝나고 지독하고 외로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예술인은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고,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다.

1980년 광주를 알린 예술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도 했다. 15명의 5월 어머니들은 몇 해 전 부터 매월 5월이면 ‘오월어머니의 노래’라는 공연을 열고 있다. 고 김동찬 감독의 기획이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것을 다들 부담스러워했고, 오월어머니인 추혜성씨가 설득한 끝에 오월 어머니들이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 공연은 유형민 예술감독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후 완전하진 않지만 어머니들의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연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취재 중 어느 한 어머니가 전했던 말이 가슴 깊이 박혔다. ‘내 아들을 살해한 계엄군을 이제 용서했다. 정치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평온했음 한다’ 라는 말속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경상도 출신의 예술가는 학교에서 5·18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배웠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면서 1980년 5월의 진실과 마주했다고 했다. 예술가들의 직·간접적인 5·18경험에서 오는 감정선의 결은 다르겠지만, 그들이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닮아 있었다. 1980년 5월을 오레 기억하는 것. 더 이상 왜곡되어선 안되고 역사가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