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은 손님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음식물 재사용 문제로 외식업계의 신뢰가 떨어질까 걱정이네요.”

25일 오후 광주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한 식육식당.

식사하는 사람들로 한창 붐빌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내부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지난 21일 북구의 한 식육식당에서 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재활용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불안감 때문인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그나마 서너 개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잔반 재사용’ 걱정에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한 손님은 김치와 나물 등 밑반찬이 깔리자 젓가락으로 재사용한 음식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뒤적거리고 있었다.

손님 최모씨(34)는 “일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밥을 사서 먹지만, 최근에 방송에서 김치와 부추 등 음식을 재활용한 영상을 봐서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며 “당분간은 쉬는 날이나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건 자제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식육식당들도 손님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서구의 한 고깃집을 찾은 손님들은 음식물을 재사용한 북구의 한 식당에 대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손님들의 대화를 들은 식당 주인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식당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 김민수씨(42)는 “요식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손님과의 신뢰인데 식당의 불법행위가 전체 외식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직하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입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북구의 한 식육식당에서 잔반을 재사용하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을 계기로 음식 재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각 자치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간 위생점검 일정에 따라 지역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식품 위생 여부에 대해 불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식당 종사자의 보건증 유무, 소비 기한 경과 식품 판매·사용·보관 여부 등 위생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북구의 경우 올 연말까지 지역에 소재한 일반음식점 5,000여곳에 대해 전수 위생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점검을 통해 경미한 위반사항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조치하고, 중대한 위반사항 적발 시에는 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취할 방침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 윤상현 부장은 “재활용 음식 사용으로 적발된 음식점은 한곳이지만, 시민들은 모든 음식점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식업계에도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며 “현재 재발 방지를 위해 단체에 소속된 회원사에 자율 지도원을 파견해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하반기 업주 교육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식당에서 음식물 재활용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내 영세한 소상공인 식당 700여개소를 대상으로 위생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며 “7월 중순부터는 대형 식당에 대해 적극적인 지도·점검을 추진해 식당의 음식 재활용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