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마세라티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고자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음주측정이 어려울 때까지 잠적했다가 자수하는 등 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뺑소니 행위를 근절할 강도 높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국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총 4만 9,982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사망자는 420명, 부상자는 4만 9,562명이었다.

이중 음주와 무면허 뺑소니로 인한 사상자는 1만 5,124명(30.3%)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211명(음주 168명, 무면허 43명), 부상자는 1만 5,124명(음주 1만 236명, 무면허 4,888명)이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420명)의 절반 수준인 52%가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자에 의해 숨진 것이다.

5년간 광주·전남지역 뺑소니 사건은 3,054건(광주 1,566건·전남 1,488건)으로, 광주의 경우 매년 300건 안팎의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가해자가 도주하는 데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더라도 이를 마땅히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몰던 A씨가 앞서가던 오토바이의 후미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성 B씨(28)가 숨지고, 오토바이 운전자인 남성 C씨(23)가 크게 다쳤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다.

당시 C씨는 새벽까지 배달 대행 일을 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퇴근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에 마세라티 차량을 버려둔 채 일행 D씨의 벤츠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 차적 조회 결과 A씨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한 법인 소유로 확인됐다. D씨의 벤츠도 또 다른 법인 소유 차량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고 발생 약 10분 전 차량 두 대가 광주 상무지구 일대에서 함께 질주한 것을 파악했다.

또 차량 동선 역추적 및 주변 CCTV 영상을 통해 A씨가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운전대를 잡은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결제한 주류 영수증과 ‘A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했다’는 목격 증언 등도 확보했다.

현재 경찰은 타지역으로 달아난 A씨의 도주 경로를 추적 중이며, A씨를 검거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A씨의 도주를 도운 D씨에 대해선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음주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빠른 용의자 특정과 검거를 위해 수사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시간이 지나 검거를 하더라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식당 CCTV를 확인해 술을 마시는 장면이 포착되더라도 물을 마셨다고 주장한다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음주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사고 등이 발생하면 최대한 빠르게 용의자를 특정해 주소지를 찾아가 음주측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른 수사를 위해 교통경찰 인력 등이 보강되고 법률 개정을 통해 도주자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