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갈 데도 없는데 끼니도 챙겨주고 친구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여기가 최고지.”

26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 천사무료급식소. 급식소 앞은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 10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문이 열리고 40여명의 급식소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자 어르신들도 ‘항상 고맙다’고 화답했다.

식사는 소고기 곰탕. 어르신들은 서로 ‘곧 비가 오니 조심해라’, ‘요즘 별일 없냐’는 등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함께 식사를 했다.

무료급식은 3개 조로 나눠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400여명의 어르신이 급식소를 찾아왔고, 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들은 금세 동이 났다. 봉사자들은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에게 ‘금요일에는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셔야 한다’며 다시 한번 안부를 챙겼다.

북구 두암동에 거주하는 오모씨(73)는 “집에서 홀로 끼니를 챙겨먹으면 적적하고 쓸쓸하다. 친구들과 서로 안부를 물으며 식사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현명남 북부 의용소방대 여성대장(61)은 “의용소방대원은 소방공무원의 보조 역할이지만, 시민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이제는 동네 어르신 얼굴을 모두 익혀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어르신들도 자식같이 힘들지 않냐고 안부를 묻고 챙겨주실 땐 봉사가 더 뜻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구 상무2동 시영종합사회복지관도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곳 복지관은 지역 내 기초수급자 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50인분의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복지관에 들어서면서 입장권 역할을 하는 QR코드를 스캔했고, 복지관 관계자들도 ‘오는데 힘들지는 않으셨냐’고 인사를 건네며 맞이했다.

식당은 어르신들이 금세 자리를 채웠고, 서로 자녀에 대한 이야기 등 웃으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자리에 모두 착석하자 제육볶음과 상추, 김치 등이 담긴 식판을 전달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떠날 때도 봉사자들은 한 분씩 안부를 물으며 인사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봉사자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어르신들도 고생한다며 직접 땀을 닦아주기도 했다.

식당에 도착한 전동심씨(80)는 “평소에는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다”며 “이렇게 끼니를 챙기며 자리를 만들어주니 고마우면서 미안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3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수씨(76)는 “처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을 땐 단순한 노동으로 생각했지만, 어르신들과 점점 봉사를 통한 교감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체력이 되는 데까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