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지역소멸 위기극복을 위해 행정력을 결집하고 있다. 올해를 '지방소멸 위기극복 원년'으로 삼은 전남도는 출생에서부터 보육, 교육, 취업, 정주, 노년 복지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 주기에 걸친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정책 실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광역지자체 최초인 인구청년이민국 신설을 비롯,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 318 출생수당 도입,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특별자치도 설치 등 '전남형 프로젝트'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전국적 롤모델 등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국 대비 빠르고 높은 인구감소

지역소멸의 바로미터격인 전남의 인구수는 전국 인구수가 증가하던 시기에도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1995년 218만6,000명이던 전남 인구는 2000년에 213만1,000명으로 감소, 5년 대비 증감률은 -2.5%였다. 같은 시기 전국 인구수는 4,586만명으로, 5년 대비 1% 증가했다. 그러다 2004년 200만명이 붕괴됐고, 2005년에는 196만7,000명까지 줄어 5년 대비 인구증감률은 -7.7%까지 심화됐다. 2010년 이후부터 연평균 0.3%씩 감소해 올해 2월 말 기준 180만352명까지 떨어졌고, 3월말 현재 179만8,000명으로 180만 고지도 붕괴됐다.

●전국 1위 합계출산율도 지속 감소

2010년 전남도의 합계출산율은 1.54명으로 전국 평균(1.23명)을 웃돌았다. 전국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진 2018년(0.98명)에도 전남은 1.24명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전남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고, 전국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감소했다. 전남은 지난해에도 0.97명으로 세종시와 함께 전국 1위를 차지했지만 감소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2023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06명 감소한 0.72명까지 떨어졌다.

●청년비율 줄고 고령인구 급증

일자리 등 이유로 전남의 청년인구 또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전남 전체인구가 186만9,000명일 때 청년인구는 59만1,000명으로 31.6%를 차지했다. 이후 2021년 54만9,000명, 2022년 53만4,000명, 2023년 51만9,000명 등 매년 1만5,000명 이상 줄어 50만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남은 2003년 이미 고령사회(전체 인구 14% 이상)에 진입했고, 2014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들어갔다. 2020년에는 고령인구가 43만6,000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23.5% 급격히 상승했고, 2023년에는 47만1,000명까지 치솟아 고령인구 비율 26.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최초 인구전담 부서 설치

전남도는 출생아 수와 청년인구 지속 감소 등 인구 절벽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보고 위기 탈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우선 지난 2018년 신설했던 '인구청년정책관실'을 올해 확대·개편해 인구·청년·외국인 정책 전담부서인 국 단위 '인구청년이민국'을 광역지자체 처음으로 설치했다. 인구청년이민국은 심층적인 인구 현황 분석, 지역별 인구 확대 방안 마련, 저출생 문제 해결, 청년 유입 정책, 이민·외국인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 지역활력 제고

전남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광역 1,186억원, 기초 3,494억원 등 총 4,680억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해 3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금을 받았다. 도는 이 기금으로 주거, 교통, 복지·의료, 문화·관광, 경제, 교육 등 일상과 직접 관련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청년 종합지원 거점 공간 조성을 위해 동부권(순천시)과 서부권(무안군)에 '청년비전센터'를 각각 건립하고 있고, 청년 활동 및 주거공간 조성 등을 위해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돌봄, 문화, 교육 등 어울림 공간 마련을 위한 세대어울림 복합커뮤니티 센터를 조성하고, 폐교·유휴시설 활용,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필수근로자 기숙사 및 편의시설 조성, 노인주간보호센터 인지·재활 프로그램 지원, 찾아가는 건강지킴버스 운영 사업 등도 진행중이다.

●생활인구 유입 돌파구 창출

전남도는 인구감소에 따라 새롭게 대두된 개념인 생활인구 유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는 생활인구 유입 확대를 위해 실국 전략회의 등을 통해 활성화 시책을 발굴 중이며,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데이터 기반 생활인구 활성화 방안' 정책연구과제를 추진 중이다.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행정안전부의 '고향올래 사업' 등 정부 공모사업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귀농어귀촌인의 유입과 정착을 위해 귀농산어촌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귀농산어촌 종합지원 서울센터'를 운영, 도시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남의 매력을 듬뿍 담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생활 관광' 차원의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전남 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7일에서 30일간 숙박비, 체험비 등을 지원하는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확장해 재외동포의 고향 방문 프로그램인 '고향애(愛) 여행가자'를 추진한다.

'전남형 만원 세컨하우스(올만한家) 지원 사업'도 주목된다. 매년 4만여명의 귀농어귀촌인이 전남도에 유입되고 있으나, 주거시설이 열악해 발생하고 있는 역 귀농귀촌인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이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월 1만원에 임대, 안정적인 농어촌 정착을 유도한다.

●출산·양육 지원 강화

전남도가 양육부담 경감을 위해 올해 도입한 '318 출생수당 프로젝트'는 가장 주목받는 사업 중 하나다. 전남에 출생신고를 한 모든 아이에게 부모 모두가 전남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으면 1세부터 18세까지 18년간 20만원(도 10만원, 시군 1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영유아에 대한 출생 지원이 집중된 반면 아이가 커갈수록 덩달아 늘어나는 양육에 대한 지원은 부족해 출산을 꺼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보완했다.

올해부터는 '난자 냉동 시술비'도 지원한다. 장래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고연령 여성 가임력 보존을 위해 결혼 여부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초음파, 주사료, 약제비 등 난자 채취에 필요한 시술비용의 50%,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냉동한 난자를 임신·출산에 사용하는 경우 보조생식술 비용도 일부를 지원한다. '냉동난자 사용 보조생식술 지원사업'은 부부당 총 2회 최대 200만원까지다.

이외에도 '한방 난임치료 지원', 난소기능검사·정액검사 등 '임신 사전 건강관리 지원', '신혼(예비)부부 건강검진비 지원' 등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환경 개선을 위해선 권역별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해남·강진·완도·나주·순천 등 5곳에서 운영 중이며, 목포·여수·광양·영광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양육지원을 위해선 신규사업으로 '전남형 24시간 거점 시간제보육 어린이집'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외에 '전남형 조부모 손자녀 돌봄 지원', '전남형 시간제보육 운영', '전남형 입원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전남형 거점 필수 어린이집 구축 사업' 등도 추진한다.

●청년 맞춤형 정책

청년 맞춤형 정책으로는 '전남청년 DB'를 새롭게 구축한다. 이를 통해 제도권 내에 진입한 청년들을 종합·체계적으로 관리해 청년 이탈을 최소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의 성과 평가, 문제점 분석, 효율적 지원 방법 등을 모색한다.

청년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선 '호남청년아카데미'와 '청년의 목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소득 기준없이 1인당 연 25만원을 지원하는 '전남청년 문화복지카드'와 '청년 희망디딤돌 통장', '전남형 청년공동체 활성화', '전남형 청년마을 조성사업'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청년들의 주된 유출 이유인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광역지자체 최초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은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 도내 인구감소지역 16개 군을 대상으로 2035년까지 1,000호를 건립,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1만원으로 최장 10년 거주 가능한 신축 임대아파트를 제공한다.

더불어 월 20만원, 최대 12개월 지원하는 '청년 취업자 주거비 지원'과 '신혼부부·다자녀가정 보금자리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특별자치도·이민청 유치

특별자치도는 전남도가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권과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40㎿ 이상) 지정,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한 투자진흥지구 지정권, 외자유치를 위한 카지노업 허가와 광역비자 발급권 이관 등 실질적 자치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22대 국회 10명의 전남의원들이 '공동 법안 1호'로 전남특별자치도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전남도는 정부가 신설을 공식화한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출생수당·난임 수술비 지원 등 가족사업, 문화콘텐츠·기회발전특구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기회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안착사업, 생활인구 유입을 활성화하는 유입사업, 외국인 이민과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 등이 주축인 공존사업 등 5대 인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방소멸 위기극복 원년을 기점으로 인구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