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추상적이고도 신비롭다. 마치 이집트 궁전에 와 있는 듯하다가도 그리스 신전에 온 기분도 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 4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 전시현장에서 감상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작품 후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이은 두 번째 순회 전시다.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한 콘텐츠를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ACC와 MMCA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카소 도예 작품은 지난 2021년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피카소 도자 작품 112점 중 107점이다. 전시는 ‘여인’ ‘신화’ ‘동물’ ‘얼굴’‘투우’‘사람들’ ‘정물과 풍경’ ‘도예와 판화’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주요 섹션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 여인-피카소에게 삶·예술 원동력

피카소는 입체주의의 선구자이며 현대미술의 천재 화가로 불린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다.

이번 전시에서도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그의 작업세계를 만나 볼 수 있었다. 피카소의 작품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 하는 소재 중 하나가 ‘여인’이다. ACC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인’ 섹션을 가장 먼저 관람하게 된다. 피카소에게 ‘여인’은 삶과 예술의 원동력이었다.

‘여인’ 섹션에서는 피카소가 본격적으로 도예를 시작했을 시기 프랑스 남부도시 발로리스 마두라 공방에서 만난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작품을 중점으로 소개한다. 자클린 로크는 피카소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뮤즈다. 피카소가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만도 400여 점에 달한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대표작 ‘여인램프’는 묘한 매력을 뿜어냈다. 두 손을 모으고 서있는 여성의 형상을 한 도자는 입체적인 매력을 풍긴다. 화병의 주둥이와 몸통에서 여인의 얼굴의 모습도 보여 흥미로웠다.



●동물-올빼미 주제 8점중 7점이 화병

피카소는 어릴 적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어린시절부터 비둘기를 주제로 한 작업을 했다. 피카소는 작업실에서 동물을 키우고 그 동물을 작품에 등장 시키며 작품세계를 표현해 왔다. 염소, 올빼미, 소와 개 등을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동물을 주제로 한 그의 작업물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의 오른쪽 부근엔 동물을 왼쪽에는 올빼미를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접시에 그려진 흰색의 비둘기와 물고기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고기 형상을 한 화병은 꽤 유쾌하다. 올빼미를 주제로 한 작품은 총 8점 가량이었는데 그중 7점이 화병일 정도다. 화병의 밑바닥을 잘라 몸통옆에 붙여 꼬리형태로 만든 다음 장식했는데 올빼미 그 자체였다.

작품 ‘큰 새와 검은 얼굴’은 그의 작품의 주제인 얼굴, 여인, 동물의 모습을 결합한 새로운 이미지가 담겨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적인 모형은 새의 모습을 갖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병 중앙 부분에 사람이 웃는 얼굴을 스크래치 기법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손잡이는 새의 날개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팔이 연상된다. 피카소는 이러한 방식의 주제를 도자에서 즐겨 표현하였고 형태 역시 기존 화병 모양을 변형해 조형적이고 입체적은 특성을 재해석했다.

●신화와 투우-어릴적 기억속 투우장면 표현

그리스 로마 신화에 굉장히 바삭하고 관심이 많았던 피카소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하는 그리스 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피카소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을 원초적 남성성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주제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신화’ 섹션에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 종족인 켄타우로스를 모델로 한 작품이 자주 등장했다. 접시 한가운데에 켄타우로스와 싸우는 소를 배치하고 접시 테투리엔 관중을 배치 한 작품 ‘투우와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치 투우경기를 관람하는 기분이 든다.

피카소에게 있어 ‘투우’ 또한 중요한 작품의 소재다. 파빌리온 코너에 마련된 ‘투우’ 섹션을 통해 투우애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피카소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투우장을 자주 찾았다.

투우는 피카소의 정체성과 정서를 형성한 근간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투우장을 자주 찾았던 피카소는 도예적품에서도 투우를 다양한 해석으로 녹여냈다. 작품 ‘투우(코하다)-투우사를 뿔로 들이받는소’는 일련의 경기 순서가 담겼다.붉은 적토 접시 위에 새겨진 소, 천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투우사의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 긴장감이 맴돈다. 작품 속엔 우리가 보지 못한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얼굴-네개 얼굴 그려진 아즈텍 화병 눈길

피카소는 다채로운 작품의 소개 중 얼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107점의 작품 중 49점이 얼굴을 소재로 한 작품일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술을 시작한 유년시절부터 말년까지 초상화를 가장 많이 제작한 피카소에게 얼굴은 가장 흥미로운 작품소재였다고 한다. 그중에서 눈길이 갔던 작품 중 하나가 ‘네 개의 얼굴이 그려진 아즈텍 화병’이다. 동그란 몸통에 손잡이를 뎃데어 장식한 화병은 어느 면에서 보아도 사람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입체주의 작업이 정점을 시기 제작됐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순수성이 드러난 드로잉을 통해 피카소는 ‘과거 간직했던 순수성으로 돌아가야 세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다.

전시 말미에는 그의 작업세계를 정리한 아카이브와 그의 생애와 작품을 기록한 영화 등을 상영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돌아오는 주말, 피카소의 순수성이 담긴 ‘피카소 도예’전을 관람하러 ACC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9월 29일 까지.

이나라 기자

파블로 피카소 작 ‘여인램프’

파블로 피카소 작 ‘마스크를 쓴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