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권’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역세권, 초품아(단지 내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등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를 뜻하는 용어가 늘고 있다. 현재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9.2%이며 내년 20.3%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선호하는 거주지는 바로 ‘병원 근처’인 병세권이라고 한다.

젊은 날 치열하게 살아온 은퇴자들이라면 누구나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꿔봤을 것이다. 그런데 2018년 호남지방통계청 광주·전남 인구 이동 현황 분석을 보면 50, 60대에 귀농·귀촌했다가 70대 이상은 순유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겼던 노년층이 다시 의료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도시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맑은 공기, 훈훈한 정, 아름다운 자연 풍광, 풍요로운 먹거리 등 삶의 터전으로 이상적인 전남이 아쉬운 게 딱 하나 바로 병원이다. 2022년 공공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지역의 부족한 의료 인프라로 전남은 4명 중 3명꼴로 광주나 서울 등 타 지역 상급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 중증·응급진료가 필요해 전남에서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가는 환자가 연간 70만 명에 이르고 지출하는 연간 의료비는 1인당 241만원, 전남 전체는 1조5,000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은퇴연령(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9.3%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고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497만4,000원으로 1인당 본인부담 의료비는 116만8,000원이다. 전남 노년층들은 빈곤문제와 함께 의료비 부담, 병원 진료를 위한 비용까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 기준 연간 입원일수와 외래 진료 일수가 40대 15.6일에서 60대 33.1일, 70대 47.6일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들에게 병원은 곁에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현재 전남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2년 공공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시간 내 응급실 이용률은 서울은 90.3%, 광주 89.2%인데 반해 전남은 51.7%로 최하위이고 인구 1,000명에 의사 수는 1.6명으로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노인 인구의 활기찬 삶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전남도에 국립의과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말이다 된다. 지난 30년간 노인과 장애인 비율이 전국 1위로 의료수요가 높은데도 의료 공백이 가장 컸던 전남도. 그동안 도민 열망을 모아 요구해 온 국립의대 설립을 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공모방식’에 따른 정부 추천대학 선정 절차에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동서를 가르는 이익이 아니다. ‘공모방식’에 의한 대학 추천 절차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학을 선정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공정하게 경쟁해 도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첫걸음이 돼줄 것을 기대한다. 노인들도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의료 환경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기 바란다.

전남도는 정부 요청에 따라 추진하는 만큼 공정한 공모절차를 진행해 최적의 대학을 선정하고 선정되지 않은 대학과 지역에도 충분한 의료혜택과 지원안을 마련해 어느 지역에게도 실망감을 안기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의료기관 설립이 아닌 도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국립의대 설립. 노인들도 살고 싶고 잘 살수 있는 행복한 전남의 미래를 위한 단합된 의지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