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포르투갈 기타

전시된 포르투갈 기타

전시된 포르투갈 기타

파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악의 한 장르다. 초기 파두는 춤과 노래로 이뤄진 형태였으나 점차 노래 위주로 바뀌었다. 대체적으로 단조에 2박자와 4박자 위주의 단순한 박자로 이뤄진 게 특징이다. 비교적 단순한 박자의 곡을 두 개의 기타로 연주한다.

● 기타라 기타와 6현 클래식 기타 분위기 주도

하나는 기타라라 불리는 포르투갈 기타(Guitarra Portuguesa)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6현 클래식 기타이다. 기타라는 12현의 금속 현으로 여섯 개 복현으로 이뤄져 있는 류트형 악기다.다른 현악기에 비해 파장은 짧지만 투명하면서도 조금은 청승맞은 사운드로 파두의 중심에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중세 후기 포르투갈은 여러 유럽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타가 널리 퍼졌고 18세기 그 구조와 디자인이 정형화 됐다. 19세기 들어 리스본과 코임브라에서 각각 다른 포르투갈 기타가 발전하게 됐으며 지금 파두의 주요 악기인 기타라(Guitarra Portuguesa)의 기초가 됐다.

클래식 기타는 코드 위주 연주로 파두연주의 기본적인 틀을 잡는 역할을 담당하고 기타라는 특유의 음색으로 클래식 기타의 코드 연주 중간중간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그야말로 울어주는 사운드로 파두에 감성적이고 애잔한 감정을 더해준다.

● 파디스타(Fadista)와 멜리스마 창법

두 개 기타와 함께 파두 중심에서 연주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파두를 노래하는 가수인 파디스타(Fadista)다. 전통적으로 파디스타는 검은색 옷을 입거나 검은색 숄을 걸치고 노래한다. 서민의 노래인 파두를 귀족에게 알린 최초 파디스타인 마리아 세베라(Severa·파디스타 최고 등급)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후배 파디스타들이 입기 시작한 검은색 의상이 파두 공연에서의 공식 의상으로 자리 잡았다.

검은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파디스타는 파두 핵심 요소인 사우다드(Saudade)로 대변되는 파두 특유의 감정을 감성적이면서도 강렬한 목소리로 불러내는데 이때 멜리스마 창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멜리스마 창법은 하나의 음절에 여러 개의 음정을 붙여 부르는 게 특징이다. 파디스타는 목을 뒤로 젖히고 감정을 토해내듯 뱉어내며 이 멜리스마 창법을 구사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비롯한 슬픔의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표현한다. 이 창법은 곡의 멜로디에 깊이를 더하며 음악적 표현력을 높여 노래를 풍성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입으로 전해져 오는 전통에 따라 즉흥성이 돋보이는 파두에서 파디스타는 멜리스마 창법을 활용해 즉흥적으로 감정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파두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는 감정의 명확한 표현을 중시하면서도 그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멜리스마적인 효과가 묻어나도록 하는 파디스타였다. 현대 최고 파디스타로 인정받는 마리자(Mariza)는 멜리스마 창법을 비롯한 창법을 구사하며 현대적 파두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파디스타의 역량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다르고 노래를 부르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달라 모든 파디스타가 멜리스마 창법을 구사하지는 않는다.

●광주서 파두 연주팀 ‘소뉴’ 리더로 활동

파두하우스(Casa da fado)에서 파두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클래식 기타 연주자는 기타라와 파디스타를 바라보며 연주를 리드하면서 뒷받침 해준다. 기타라 연주자는 클래식 기타와 소통하며 파두에 감정적 몰입감을 더한다. 파디스타는 그 위에 사우다드(Saudade)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덧입힌다. 즉석에서 곡을 정해 공연을 하는 듯 한데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그들의 연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들 머릿속엔 몇 백곡의 파두가 들어 있으리라” 이제 겨우 스무곡 남짓 외워서 부르고 있는 필자로서 대단히 부러운 부분이다.

필자는 광주에서 ‘소뉴(Sonho)’라는 파두 연주팀 리더로서 국내에 파두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국내 유일 파두 연주팀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소뉴에는 기타라(Guitarra Portuguesa)가 없다. 전통적인 파두 연주에서 빠질 수 없는 기타라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며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파두의 사우다드(Saudade)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움이라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그리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 사우다드를 오롯이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족함을 알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던 시간들. 이를 통해 알게 된 파두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 하다. 전문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사실에 기반한 현장감 있는 파두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한다.

파디스타 Celeste Rodrigues의 공연의상

파두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조제 말로아의 작품 ‘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