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배수 불량에 시달린 광주FC 전용연습구장이 수십억원을 들인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2개월 만에 잔디가 병들고 메말라 황폐해지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에 처했다. 외국 잔디 시공 당시 마땅한 국내 기준이 없어 미국골프협회 시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기후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적절한 설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광주시와 광주FC 등에 따르면 광주FC는 지난 2~6월 30여억원을 들여 연습구장인 광주축구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했다.

해당 리모델링 공사는 천연잔디(켄터키 블루그래스) 2면 조성으로 20억원, 야간조명타워 6개 설치로 10억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준공된 지 2개월 만에 배수 불량으로 인한 침수 현상이 빈번히 발생했고, 일부 잔디는 뿌리가 뽑히거나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배수 불량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시공사인 남해종합건설은 지난 7월 잔디구장 1면(오른쪽) 일부에 유공관 추가 매설 등 하자보수 공사를 실시했다.

배수 불량 원인으로는 국내에 구체적인 켄터키 블루그래스 잔디 시공에 대한 표준 품셈이 없다 보니 부실 설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표준 품셈이란 공공기관이 주관한 건설공사의 적정한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광주FC는 광주축구센터 잔디를 조성하면서 미국골프협회(USGA)의 기준을 사용했는데, 골재나 모래의 토분 비율 등도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USGA의 기준으로는 유공관 위에 골재를 100㎜까지 쌓고, 왕사모래 100㎜, 일반 모래 300㎜ 위에 잔디가 심어진다.

골재와 일반 모래에는 토분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운반비 등을 고려해 1㎥당 가격을 아끼기 위해 토분 비율을 높이면 배수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일부 잔디는 트렌치 배수로 보다 낮게 깔려 물이 고이기 쉬운 상황이다.

축구센터의 배수 불량 문제는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지난 2019년 1월 준공됐던 축구센터는 2020년 9월까지 총 9회에 걸쳐 하자가 발생했다.

2019년 5월~2020년 12월 5회에 걸쳐 하자보수 공사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당시 건설업체가 천연잔디구장 표면 높이를 부실하게 시공하는 등 모두 6건을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했음에도 준공검사자가 이를 그대로 승인했음을 적발했다.

배수 불량으로 선수들이 훈련조차 할 수 없게 되면서 올해 천연잔디로 전면 교체했음에도, 이전과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지형 잔디가 여름철 고온 다습 기후에 약한데도 불구하고, 잔디가 뿌리가 내리기 전 훈련용 구장으로 쓰여 답압이 가해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축구센터 잔디 2면은 각각 지난 5월 20일과 6월 11일 공사를 마쳤다. 광주FC는 6월 14일부터 축구센터에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6~8월 훈련 일정을 살펴보면 축구센터 47회, 전용구장 15회, 월드컵경기장 10회 등이다.

광주FC는 훈련구장으로 광주월드컵경기장과 전용구장, 축구센터 3곳을 쓰고 있는데, 7월부터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싸이 흠뻑쇼와 육상 트랙 정비 공사가 진행되면서 축구센터를 급하게 활용하게 됐다.

한 잔디업체 관계자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란 서양 잔디는 국내 여름 기후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품종이다. 국내에 마땅한 기준이 없다 보니 설계 단계부터 재정적 요건 등에 맞춰 시공돼 배수 불량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또한 USGA 공법은 지상관수(스프링클러) 등을 통해 수분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잔디밭이 습한 환경으로 변해 토양과 잔디층에 곰팡이균 번식을 유발할 수 있고 잔디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켄터키블루’에 대한 맞춤형 설계·관리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광주FC 관계자는 “무더위가 가시고 기온이 저하되면 잔디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다음 달 내로 하자 보수공사 진행할 예정이다”며 “현재 잔디는 전체가 아닌 일부가 죽은 상태기 때문에 전체적인 배수 설계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