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녹진관광단지에 세워진 이순신 동상

울돌목 위로 해남과 진도를 이어주고 있는 진도대교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남도 대변인실

울돌목.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 현장

구례 섬진강과 대숲. 이순신이 구례에서 압록으로 간 길이다.

보성 이순신공원. 수군철폐령에 맞선 이순신이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다’는 장계를 쓰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27년 전 1597년 이맘때, 이순신 장군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진도 앞바다에 통제영을 두고 일본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 427주년이 다가왔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전함으로 133척의 일본함대를 물리치고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승리를 향한 변곡점을 마련한 전투가 명량대첩이다. 당시 명량으로 가는 이순신 장군의 뒤를 따라간다. 그 길이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다. 다시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 장군이 전라도 일대에서 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을 하러 가는 길이다. 이순신 장군은 구례, 곡성, 순천, 보성 등 내륙에서 수군을 재건하고 장흥에서 13척의 배를 타고 강진, 완도, 해남, 진도, 울돌목으로 간다. 편집자 주



●구례 거쳐 곡성·순천·보성·장흥으로 이어진 이순신 조선수군 재건의 길

1597년(선조 30년) 7월16일. 원균이 이끈 조선수군이 칠천량에서 일본수군에 대패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조정에서는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로 다시 기용했다. 경상도 도원수 권율의 부대에 있던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의 교서를 받은 것은 8월3일(양력 9월 13일)이다. 백의종군 형벌에서 벗어나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곧바로 구례로 향했다. 무너진 수군을 일으켜 세우는 데는 전라도가 최적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순간의 판단이 아니었다. 발포만호와 전라좌수사를 지내면서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이순신이었다. 백의종군하면서 구석구석까지도 소상히 봐 둔 터였다. 전쟁의 피해도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덜 봤다. 군사와 백성의 유대도 깊었다. 그를 따르던 군관도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 전라도였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은 황대중 등 군관 9명과 병사 6명으로 시작됐다. 일본군이 뒤쫓아 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군사와 군기, 군량, 군선을 복원하는 과정이었다.

진주와 하동을 거쳐 구례에서 시작된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 과정은 곡성, 순천, 보성, 장흥으로 이어졌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도계를 넘어 구례 석주관에서 구례현, 압록, 곡성현, 옥과현, 석곡강정, 부유창, 접치, 순천부, 낙안군을 거쳐 보성으로 간다.

조양창, 김안도의 집, 양산항의 집, 보성군청 열선루, 백사정, 군영구미가 보성에 속한다. 장흥 회령포, 해남 이진과 어란, 진도 벽파진, 다시 해남 우수영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이순신은 곡성에서 병사를 모으고 순천에선 무기와 대포, 화약, 다양한 화살을 구했다. 보성에선 군량미를 다량 확보했다. 조정의 수군 철폐령에 맞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내용의 장계를 써서 올린 곳도 보성이다.



●칠천량 전투서 살아남은 조선함대 12척 장흥서 인계받아

장흥에선 칠천량에서 살아남은 조선함대 12척을 인계받아 수군의 면모를 갖췄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임용돼 조선수군 재건에 나선 지 불과 보름 만이다.

이순신은 이렇게 재건한 조선수군으로 9월 16일 울돌목에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의 승리를 일궈냈다. 조정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수군철폐령까지 내려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라도에서 조선수군 재건에 성공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전라도 백성이 열렬히 참여하고 목숨까지 내놓았다. 장정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병사로, 의병으로 참여했다. 백성은 자신과 식솔들이 굶는 상황에서도 식량을 모았다. 기르던 소를 내놓아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지역의 지리와 물길을 아는 백성은 이순신의 눈과 귀가 되어 앞길을 열었다. 어선이 있는 이들은 전함으로 위장해 조선함대의 후방을 지켰다. 방패막이를 자청한 것이다. 죽음을 무릅쓴 희생이었다.

전라 백성의 희생은 ‘호남이 없었으면 국가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순신의 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한마디로 정리된다. 그만큼 전라도 백성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순신을 도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명량에서 호남과 호남사람들이 조선을 구한 것이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전라도 백성과 이룬 조선수군 재건의 길을 따라간다. 내륙의 길은 내륙으로, 바닷길로 이동한 장흥 회진(회령포)에서 해남 이진과 어란진, 진도 벽파진으로 가는 길은 뭍에서 따라가며 조망했다.

회진에서 이진으로 가는 길은 강진 마량에서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를 거쳐 완도대교를 건넜다. 마량과 고금도는 고금대교, 고금도와 신지도는 장보고대교, 신지도와 완도는 신지대교로 연결돼 있다.

그 길에서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거친 숨결을 느끼고, 때로는 탄식과 설움에 겨운 울음소리를 듣는다. 이순신과 함께한 의병의 이름을 부르고, 백성의 모습도 그려본다. 주변의 풍경과 문화는 덤이다.

길은 경남 진주에서 하동을 거쳐 전남 연해안 9개 시군을 연결하며 총연장 500여㎞에 이른다. 일본군과의 진검 승부를 앞둔 정유재란 당시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다.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남도 대변인실



●글싣는 순서

1.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 따라가기

2. 이순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3. 조선수군 재건,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다

4. 섬진강변 따라 숨 가쁘게 달려 곡성·옥과로

5. 청야책에서 살아남은 병참창고를 찾아서

6. 군량미 확보했는데 조선수군 철폐라니

7. 수군철폐령 속에서도 조선수군 재건 그대로

8. 병참활동 끝내고 조선전함과 함께 바다로

9. 해상에서 적응 훈련하며 전투 준비 시작

10. 만신창이 된 이순신, 몸 추스르고 다시 바다로

11. 열세한 병력으로 어떻게 일본군 물리칠까

12.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