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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지난 1980년 5월부터 1981년 5월까지 1년에 걸쳐 창작한 작품들이 담겼다.
총 5부로 이뤄진 시집은 1부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2부 ‘초가’, 3부 ‘살풀이’, 4부 ‘지리산 여자’, 5부 ‘보리밥’으로 구성됐다.
표제작인 ‘하느님을 보았다’는 김 시인이 1980년 7월 갑작스레 느낀 감정이 담겼다.
1980년 7월 31일 오후 5시/ 뭉게구름 위에 앉아 계시는/ 내게 충만되어 오신 하느님을/ 나는 광주의 신안동에서 보았다/ 그런 뒤로 가슴이 터질 듯 부풀었고/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좋아졌다/ 내 몸뚱이가 능금처럼 붉어지고/ 사람들이 이쁘고/ 환장하게 좋았다/ 이 숨길 수 없는 환의의 순간/ 세상 사람들 누구나를 보듬고/ 아아 나는 정말 하느님을 보았다(‘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중)
‘하나님’의 의미로 김 시인은 ‘죽은 우리를 살려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실제 지리산을 방문해 쓴 작품인 식물성 장시 4부 ‘지리산 여자’는 한국전쟁 당시 한 처녀가 지리산 초동리에 사는 산신령을 만나 수많은 아이를 잉태하는 이야기로 6·25 당시 희생자를 위로하고 우리 민족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가 담겼다.
시인은 시의 배경으로 지리산 대신 무등산으로 하려 했지만 무등산을 넣으면 책이 출간되지 않아 지리산으로 선택했다고 작시 당시 상황을 회고하기도 했다.
43년 만의 복간에 대해 김준태 시인은 “43년 전에 광주에서 뵈신 하느님께서 내 무너져 내리는 두 어깨를 다시 주물러 주시는 것 같았다”며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베토벤이 ‘교향곡 제9번-환희의 합창’ 작곡을 마치고 온몸을 떨던 그 ‘환희의 순간’이 갈라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스며들어가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통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하고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다”며 “그 길은 희망과 사랑이다”고 강조했다.
김치수 문학평론가는 발문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는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하느님’을 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한풀이가 사랑에 도달하게 되는 김준태의 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시적 언어의 특수한 배열과 리듬으로 인해 그 강력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1948년 해남에서 출생한 김 시인은 1969년 전남일보·전남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월간 ‘시인’지에 ‘머슴’외 5편으로 한국 문단에 나왔다.
‘문예중앙’에 중편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를 선보인 이후 액자소설 88편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교사, 광주지역 언론사 데스크, 광주대·조선대 초빙교수 5·18기념재단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김 시인은 1980년 6월2일 전남매일신문(현 광주일보)1면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실으며 5·18의 참상을 알린 ‘오월의 시인’으로 불린다.
이 시는 동료 교사 부인이었던 임신부 최미애씨의 죽음을 다뤘다.
전남매일신문은 계엄군 검열로 보도를 하지 못하자 김 시인의 시를 대신 실었다.
하지만 당시 계엄군 검열관들은 109행의 시를 33행으로 축약했으며 제목 역시 ‘아아, 광주여!’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