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영장이 재발부 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영장 재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 일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차 집행에 실패해 벼랑 끝에 몰린 고의공직자범죄수사처가 2차 집행 총력전을 예고한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는 관저 방비 강화에 나서고 있어 물리적 충돌 우려마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전날 공수처가 요청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 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대통령 관저로 출동했으나, 경호처의 인의 장막에 막혀 5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이로 인해 야권에서 공수처의 ‘무능’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공수처는 경찰과 협의해 2차 체포영장 집행에서 윤 대통령 검거를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오동운 공수처장은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집행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경찰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짜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수처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번 체포영장 집행에 조직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18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또다시 집행에 실패할 경우 수사 동력 상실과 함께 공수처 해체에 대한 여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대통령 경호처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호처는 2차 집행에 대비해 대통령 관저 인근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버스 차벽을 추가 배치하는 등 경호 태세를 강화했다. 경호처 저지선을 뚫으려는 공조본과 이를 막으려는 경호처간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조본은 1차 체포영장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차 집행에서는 인력과 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조본 사다리로 차벽을 넘고 집행을 저지하는 경호처 직원을 체포하는 방안, 경찰특공대 장갑차 등 특수차량으로 차벽을 밀고 들어가는 방법, 헬기를 타고 내부 진입하는 안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단순히 경호처의 인간띠·차벽을 뚫고 관저로 진입하는 것을 넘어 체포 이후 윤 대통령을 호송차에 태워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데려갈 방법도 찾아야 하는 만큼 상당히 난도가 높은 작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조본은 1차 체포영장 때와는 달리 2차 체포영장의 만료 기한 등을 밝히지 않았다. 체포영장 만료 시일을 두고 경호처가 대응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집행 날짜, 방식 등에 대해 “향후 계획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공수처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영장은 이번 주 안에 집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날 법원이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데 대해 “기소해라.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라. 그러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윤갑근 변호사는 “무효인 체포영장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면서 “더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이 희생되는 건 막아야 하니까 법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는 응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명한 건 (공수처) 관할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되면 그 부분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공수처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