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야. 이생에서 못다 한 사랑 하늘에서 훨훨 펼쳐라.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웠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울 막내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 잘 가.”

제주항공 참사 공식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무안국제공항 대합실.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층 연결 계단 난간을 꽉 채운 손편지들 중 유가족이 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손편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예쁜 색이 입혀진 종이 위에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안타깝게 떠나보낸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제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먹먹하다. 부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어라.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유가족들은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을 가슴 속에 묻은 채 멀리 떠나보내고 있었다.

이번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손주의 절규 섞인 손편지들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우리 이쁜 효녀 딸은 가고 없는데 매달 엄마 용돈 주는 날이다고 어김없이 엄마 통장에 입금됐다는 문자가 왔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우리 딸. 우리 집안 자랑이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멀리 떠나보내 미안해. 편히 쉬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 위에서 이제 더 이상 고생하지 말고 편히 쉬어. 우리 생각나면 가끔 내려오라. 할머니가 국가대표 될 때까지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안 지켜서 밉다. 다음 생에는 약속 지켜서 꼭 내 옆에 항상 있어 달라. 하느님이 3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데려간 것으로 생각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사랑해.”

“내 영원한 단짝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 눈물을 머금고 5일 만에 인사한다. 캐리어를 싣는 할아버지에게 이번 여행 안 가면 안 되냐 말에 갔다 와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할머니랑 찍은 마지막 셀카를 보는데 멍한 거 보니 아직 둘을 못 보내고 있다. 사고 첫날 밤 꿈에 찾아와서 마지막 인사를 해줘서 고마워. 할머니가 힘내라고,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말라고 했던 말 꼭 지킬게. 할아버지는 나랑 약속도 많이 했는데 못 지키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 평생 잊지 않겠다. 할머니가 당부한 내가 손해 보더라도 참으란 말을 꼭 지키고 살겠다. 두 분의 빈자리는 내가 채우겠다. 하나님 옆에서 우리 지켜봐 줘. 세상에서 제일 너무 사랑한다.”

이날 사고 현장 철조망으로 둘러진 공항 울타리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엽서와 꽃, 음식 등이 빼곡히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사고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한 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기장과 승무원들의 추모하는 손편지도 내걸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손편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들. 정말 감사하다. 탑승객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파일럿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추모객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 좋은 곳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 끝까지 요크를 놓지 않고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장님과 부기장님 존경한다. 천국에서 평안하길 잊지 않고 추모하고, 기억하겠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편, 전국 각지에서 제주항공 참사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라 무안공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오는 2월 15일까지 연장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