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치러질 조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의 출마 선언은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과 호남의 대표주자로서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건한 상태라 그의 출마 선언은 대단한 용기라고 평가할만 하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는 민주당의 심장이자 텃밭인 호남에서 누군가가 호남의 대표주자로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에 따라 재선 국회 의원과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식품부 장관, 재선 전남지사를 지내면서 행정력과 정치력을 두루 갖춘 김 지사가 자연스럽게 호남인의 주목을 받았고 그의 결단을 촉구하는 여론 또한 높았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워낙 확고한 데다 호남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인구가 적은 호남인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호남 출신은 안된다는 회의론을 제기하는 세력도 많았다.

이처럼 호남인이 선뜻 나서기 힘든 정치 환경에서 김 지사가 대선 도전을 선언한 것은 그래서 더욱더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그가 스스로 밝힌 대로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아예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 특히 "호남에서 뭘 하는 게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을 빼놓는 정치 체제는 안전하지 않다. 벨기에는 지역 연고 정당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그의 인식은 그동안 호남을 고립시키는 지역주의 프레임을 깨고 진정한 지역연대를 이루는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 뒤부터는 정치가 악화했으며 이제는 새롭게 국가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이들 앞에 있었으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 뒤를 이어 대통령을 역임했다. 이들의 공과를 논외로 하고 보면 공교롭게도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남 출신이다. 재임 기간으로는 영남 출신이 55년, 호남 출신이 5년이다. 호남의 낙후와 무관하지 않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영남의 인구는 1,248만여 명이고 호남은 493만여 명이다. 2.5배 차이다. 50년대에는 영남이 1.2∼1.5배 정도 많았는데 박정희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2.5배 차이까지 벌어진 것이다. 호남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영남보다 훨씬 많은 호남인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수도권에 호남 출신이 많다는 의미다.

호남 소외와 낙후는 가슴 아픈 일이고 웃픈 현실이지만, 55대5와 2.5배는 어쩌면 역설의 아이러니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환영하면서 그가 호남 출신은 안된다는 호남 고립 프레임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