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지 52일 만에 석방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낸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한 법원과 ‘즉시 항고’란 제도를 통해 풀려날 길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를 끝내 행사하지 않는 등 내란수괴의 졸개를 자처한 검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란수괴가 웃으며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분노의 깊이를 더하고 있고, 80년 5월 신군부 계엄에 맞선 광주·전남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내란 비호 세력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8일 오후 5시19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2시께 ‘구속 만기 후 기소’라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내려진 지 약 27시간 만이다.

검찰은 법원 결정이나 명령에 대해 신속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할 때 취하는 ‘즉시 항고’절차도 밟지 않았다. 검찰이 즉시 항고를 하면 구속 취소 결정의 효력은 정지되고, 윤 대통령은 상급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석방되지 못한다.

검찰의 석방 지휘로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9분께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뒤 경호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같은 달 26일 검찰이 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구속 취소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대검찰청은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수본은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했다’는 법원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거세게 반발하며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9일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것을 두고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 이후 “민주당은 즉시 심우정 검찰총장을 고발할 것”이라며 “심 총장은 스스로 즉각 사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심 총장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고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채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옷을 벗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이 끝내 내란수괴 윤석열을 석방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굴복이자, 국민 대신 내란 수괴에게 충성을 선언한 것”이라며 “내란 수괴의 졸개를 자처한 심 총장과 검찰은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더 나아가 심 검찰총장은 물론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까지 모두 탄핵하고 추가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나섰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심 총장은 내란세력 옹호를 자백했고,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도 부당한 지시에 굴복해 직업적 양심을 내버렸다”며 “윤석열 내란 특검과 명태균 특검에 더해 검찰의 내란 옹호 특검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도 긴급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일주일간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까지 한 주간을 ‘즉각 파면 촉구 주간’으로 선포했다. 이어 이날부터 윤 대통령 파면일까지 매일 오후 7시 파면 촉구 대규모 집회를 열고, 10일에는 정당들과 연석회의를 추진한다.

전국 법원, 검찰, 정부청사 등 거점별로 동시다발 1인 시위와 시국선언 발표도 이어질 예정이다.

광주·전남에서도 내란수괴 석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며 “검찰은 ‘의도된 무능’으로 여지없이 국민을 배신했다”고 적었다. 이어 “헌재의 신속한 파면만을 국민은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페이스북에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되다니 허탈과 분노뿐이다”며 “건전한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법 기술이 낳은 불상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대통령 파면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그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고 호소했다.

5·18 단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다”고 규탄했고, 광주비상행동은 “윤석열의 파면과 엄벌을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광주시당도 성명을 내고 “검찰이 구속만료 이틀 전 피의자를 기소했던 관례를 깨고 기간을 채워 기소했던 행위나, 법원이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는 법 조항을 무시하고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행위 모두가 계획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해 조속히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