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임채민 수습기자] ‘학교 밖 청소년’ 복지 증진을 위해 도입된 ‘청소년증’이 제도 취지와 달리 외면 받고 있다.

광주·전남의 경우 타 시·도에 비해 청소년증 발급률이 저조한 데다 사용 가능한 혜택 범위도 적어 활용도 면에서 뒤떨어지는 등 사실상 무용지물에 그치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학교 안 청소년에게 발급되는 학생증과 청소년증은 ‘문제아’로 구분 짓는 수단으로 인식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도입된 ‘청소년증’은 ‘청소년 복지 지원법 4조’에 따라 학생과 비학생 구분 없이 청소년(만9~18세)에게 발급하는 증명 카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증 발급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한 뒤 지난 2004년부터 발급 연령을 만 13세에서 만 9세로 낮추고, 여성가족부는 2017년 청소년증에 교통카드를 도입했다.

청소년증은 학생증과 달리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검정고시, 운전면허시험, 은행거래 등에서 공적 신분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영화관·공연장·미술관·경기장 등 문화 및 체육시설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청소년증의 경우 도입 취지와 달리 발급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본지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증 발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광주지역 청소년증 발급 건수는 5,487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404건(38.2%) 줄었고 전남 지역도 같은 기간 2,806건(31.3%) 감소했다.

지난해 학생증 발급 건수는 17개 시·도중 제주도(2,036건), 울산시(2,071건), 세종시(3,798건)를 다음으로 광주시(5,487건)가 4번째로 낮은 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광주·전남 청소년 인구가 32만 224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2~3명만이 청소년증을 발급받아 사용 중인 셈이다.

청소년증 발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청소년증을 대신해 학생증으로 신분 확인과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광주시에서 발급하는 청소년증은 교통카드 기능만 있을 뿐 실질적인 지원 혜택이 전무해 상당수 청소년이 필요성을 못 느끼는 형편이다.

또, 행정기관의 홍보 부족으로 청소년증을 소지할 경우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 등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소년증 홍보·발급업무가 자신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동사무소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김 모씨(16)는 “청소년증을 제시하면 박물관, 공연 등 다양한 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학생증만 보여줘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청소년증 발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증을 청소년증으로 흡수·통합해 일원화한 다음 청소년들에게 일괄 보급하거나 특별한 혜택을 추가함으로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생증을 소지하는 학생들과는 달리 비학생 청소년들이 청소년증을 제시하면 불량 청소년으로 인식될 우려 탓에 발급 신청을 꺼려 복지 사각지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서구청 관계자는 “청소년증 발급이 의무가 아닌 자율이라는 점 때문에 발급률이 저조한 것 같다”며 “앞으로 다양한 홍보, 혜택을 준비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