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정부의 ‘청년실업 현황과 대책’을 시작으로 실업과 고용 중심으로 접근했던 청년정책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고용을 넘어 청년의 삶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확대되었다. 청년들의 문제를 실업해소 내지 고용촉진으로 규정하고 상당한 예산을 들여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이 개선되지 않은 점, 더 나아가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부채, 건강 등에 있어서도 청년들의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청년단체들의 요구를 지방정부는 발 빠르게 수용하여 청년의 참여를 바탕으로 청년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해왔다. 중앙정부보다 먼저 지방정부에서 지역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청년정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부채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광주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광주청년드림은행) 역시 광주에서 가장 먼저 도입되어 시행되었다. 광주 지역 청년활동가들이 지역 청년들의 부채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조례 제정,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결과다.

이에 광주시 역시 청년들의 부채문제 해소에 적극 동참하면서 2017년 광주청년부채실태조사, 2018년 광주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을 속속히 시행하였다. 민관이 협력하여 지역청년들의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 청년들의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발생하는 청년의 부채를 사회가 함께 고민하겠다는 메시지이자 부채문제를 겪더라도 다시 경제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은 금융을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기존 정책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을 지원하는 사후적 접근과 더불어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사전예방적으로 개입도 중요하다.

현재 단위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금융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맞춤형 안내를 통해 참여자가 자신의 삶과 재무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여자는 개별적 욕구를 고려한 일대일 서비스를 원칙으로 회당 90분, 2회차로 구성된 상담 서비스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부채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 주거, 심리 등 삶 전반을 아우르며 참여자에게 적합한 지역자원을 선별하여 연계하고 있다.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이 빚을 지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례로 연간 참여자의 10%가 불법금융 피해에 노출되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청년들이 소액의 급전이 필요할 때 내구제 대출이라는 불법 금융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 문제가 드러나고도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이 없다. 특히나 이를 전담하여 피해자를 지원하고 해결책을 찾는 기관이 전무하다 보니 피해가 개별화되고 있어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광주로 문의를 해온다.

광주의 사례를 토대로 2021년 국정감사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기도 했지만 아직 문제 해결까지는 요원한 상태다. 올해 광주청년드림은행은 지역사회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및 법률지원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청년들의 부채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부산 등 타 지자체에서도 광주를 모델 삼아 청년부채 해소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다만, 부채문제는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고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을 동반해야 한다.

노동, 자산, 주거 등 다양한 영역의 불평등이 청년부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시선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약속들이 청년부채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