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만큼 수능이 끝난 후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 올해는 수험표 할인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인 22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충장로 1~3가.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충장로 상가 곳곳은 예년과 다르게 ‘수험생 할인’ 광고 문구를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일반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30~70% 세일 등 할인 프로모션 광고 문구만 눈에 띄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험표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에게 ‘만능 할인 쿠폰’으로 통했다.

당시 옷가게·음식점·영화관 등에선 ‘수험생 할인’을 내걸었고, 수험생들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은 두툼한 지갑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수험생을 위한 할인 광고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충장로 1~3가 300곳 중 170곳이 공실로 남아 ‘임대’ 문구가 붙어있었다.

충장로 2가에서 스포츠웨어를 판매하는 매장 점주는 수능이 끝난 뒤 3일 동안 수험생 할인 행사를 진행하다 접었다고 토로했다.

점주 이모씨는 “할인 행사 기간 고3 수험생보다 일반 고객이 더 많았다”며 “수험생 이벤트보다 일반 고객을 위한 할인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할인 행사를 그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고물가와 온라인 쇼핑몰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수험생 할인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충장로 한 상인은 “학생들이 가게에 와서 물건 사진만 찍고 실제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데 수험표 할인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충장로 3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일부 가게에서 수험생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저희 매장은 수험표 할인을 하지 않았다”며 “겨울철 대부분 가게가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수험표 할인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일성 충장로 1~3가 상인회장은 “충장로 상권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고객들이 적다”며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와 해외 직구 구매로 과거 충장로의 주요 고객층이었던 고등학생들은 더 이상 충장로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고3 수험생들 역시 수험생 할인 행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고3 수험생 김모양(19)은 “충장로 상가를 돌아다녀보니 수험표 할인을 해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며 “매장에서 수험표 할인 행사를 하더라도 인터넷 쇼핑몰 할인율이 더 높아 대부분 친구들이 매장에서 의류를 직접 보고 인터넷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모양(19)은 “대부분의 수험생 프로모션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에서는 영화관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만 수험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충장로는 구 상권이라는 인식에 방문하기를 꺼리는데, 점주 입장에서 굳이 수험표 할인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