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급성장한 가운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광고 경쟁에 대해 규제가 미비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광고에 민감한 신상 체인점 본사의 경우 자영업자들에게 이른바 ‘깃발 꽂기’ 마케팅을 강요하고 있어 광고 규제에 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광주 북구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후반 양 모씨는 최근 체인점 본사의 광고 강요에 경영난을 호소했다.

지난해 3월 피자 체인점을 오픈했지만, 본사 압박에 시달려 결국 석달 만에 약 160만원의 광고료를 ‘배달의 민족’에 지불했기 때문이다.

양씨가 지급한 광고료는 일종의 ‘깃발 꽂기’로, 배달의 민족 앱 내에서 특정 지역에 깃발을 많이 꽂을수록 그 지역 이용자들에게 해당 음식점이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양씨는 “본사에서는 광고비를 따로 지원하지 않으면서 배달 앱을 통해 광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깃발 꽂기 갯수 제한이 있지만 더 많은 깃발을 꽂도록 주문하다 보니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프랜차이즈 양식점을 개점한 김 모씨(31)도 “직장 생활 3년 동안 모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했는데 본사에서는 ‘다른 양식점들은 깃발을 10개씩 꽂는다’며 압박을 줘서 광고비로만 월 100만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며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첫 창업비가 많이 들고, 신상 프랜차이즈들은 홍보하기 위해 광고비로 돈이 다 빠져나가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현재 배달의 민족은 울트라콜이라는 이름으로 ‘깃발 꽂기’ 광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깃발 1개당 광고비는 월 8만 8,000원으로, 깃발 기준 1.5~3㎞ 내 어플 이용자에게 업소가 노출되는 서비스다.

앞서 배달의 민족은 지난 2019년 ‘깃발 꽂기’로 점주들의 광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수료 동결과 특정 지역의 중복 노출을 3개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주문 체결과는 관계없이 월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깃발 갯수에 따른 광고비 액수에 따라 노출 순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광고비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광주지역 음식점들의 평균 깃발 갯수는 8~10개로, 비용으로 환산하면 매달 70만~90만원에 달해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본사와 점주 간 광고비 지출에 관한 계약서가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본사의 광고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달 앱 내에서 과열 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깃발을 많이 꽂는 기준이 이나라 이용자와 거리가 가까운 순으로 음식점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경제고용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자영업자를 위해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자영업자 수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주주치의센터와 같이 법적인 갈등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장은 “신상 프랜차이즈들이 배달 어플을 광고로 이용하는 것은 영업전략이라 규제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생활물가, 최저임금 등이 오르면서 배달료, 광고, 물품 단가 등이 연쇄작용으로 오르는 상황인데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자영업자와 배달라이더 등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