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썼던 돈, 써야 할 돈
박문옥 전남도의원(안전건설소방위원회)


2023년도 전라남도 예산 10조 3,381억 원에 대한 심사가 마무리되고 본회의 의결만이 남았다. 매년 12월 통과되는 새해 예산안에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 방향이 집약적으로 녹아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기에 최대한의 효율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집행부와 의회는 고민을 한다. 기업과 소상공인 예산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농도 전남의 농어민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인지, 어르신들의 복지 예산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출생아 수 급락을 막기 위해 저출생 대응 예산을 강화할 것인지.

결국 지자체가 어떤 대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인드와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는 예산안에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저출생 극복 관련 예산’을 하나의 예로 들며 ‘예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려한다. 전남의 인구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외부 전출 또는 사망에 의한 자연감소도 있지만 출생아수 급감도 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라남도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8,300명, 6년여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보면 올해 태어날 출생아수는 7,000명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 적재적소·효율성

출생아수 급감은 전국적 현상이고 70년대 80만명 가까이 태어나던 때와 비교해 3분의 1인 26만여 명이 출생하며, 합계출산율은 0.80 조차도 붕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저출생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없고 의견만 분분하다.

정부는 저출생 극복에 대한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그동안 마구잡이식 추상적 예산을 집행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저출생과 직접적 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사업에 90%이상을 배정하였으며, 2022년 저출생 극복 정부예산 50조 원 중 겨우 2.8조 원(아동수당 2.4조 원, 첫만남 이용권 지원 0.4조 원 등)만이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사업이라 평가받는다.

이러한 사업 구성을 보면서 중앙정부와 국회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의지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 때문에 지난 16년간 300조 원 가까이 예산을 집행했다 말하면서 전혀 효과는 보지 못하고,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 섞인 한숨만 내뱉는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와 정치권 스스로 ‘적재적소’와 ‘효율성’이라는 두 단어를 무시했고 보여주기식 예산 편성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예산을 편성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적재적소’와 ‘효율성’이라는 단어만큼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을까? 그만큼 두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예산을 세우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중복된 예산은 없는지?, 실질적인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지?, 단지 보여주기식 예산을 편성하며 기대심리만 높이는 것은 아닌지?,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예산은 적재적소에 배정되고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에서 예로 언급한 ‘저출생 극복 관련 예산’이 특히 그러하다. 전남에서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된 여러 기초자치단체가 출생축하금, 또는 출산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지만 결국 각자도생식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 부족이라는 말은 단골메뉴처럼 등장하지만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늘 부족하다.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작은 군단위 지자체는 부족한 예산을 출산장려금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예산 운용에 여유가 있는 시단위 지자체는 기존 인프라 덕에 오히려 느긋하다. 예산 협의와 조율에 있어서 만큼은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결단·미래 투자

앞서 언급했듯이 예산에는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떤 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명분만 유지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할지. 필자를 포함해 전라남도의 수많은 의원들이 인구문제, 특히 출생아수 급감에 대한 많은 우려를 피력하며, 집행부의 과감한 행동을 요구해왔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은 실천을 요구하는 메시지이고, 전남도가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과연 2023년도 예산에서 저출생 극복과 관련된 내용은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

‘지역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정치적 결단, 기초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예산 배정과 효율성의 극대화, 현재의 유권자만을 보지 않고 우리 지역의 미래에 대한 맞춤형 투자.’ 지방자치시대, 필자가 담기길 기대하는 예산안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