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노인의 성, 아름다운 설렘으로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회의 중, 경로당에 가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아동, 청소년, 종사자, 양육자 등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터라 교육의 기회가 없는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다 생각했다.

정보에 대한 습득이 수월한 도시보다는 시골 마을에 있는 경로당을 선정했다. 면사무소에서 알아낸 연락처로 마을 이장님에게 방문 취지에 대한 설명을 했더니 “주책 맞게 노인들에게 뭔 성교육이냐?”며 노인회장님과 통화를 권하는 순간 이 경로당은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인회장님과 통화 후 그 생각은 더욱 더 확고해졌다. 노인회장님은 “여기 있는 사람들은 평균 연령 75세 이상인디 뭔 성은 성이여? 글고 봄동 캐느라고 다 정신 없어” 라고 하였다.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경로당에 노인들이 가장 많이 나올 수 있는 날과 시간을 정해 ‘노인대상 찾아가는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어렵게 성사를 보았다. 어떻게 하면 ‘성이라는 단어에 거부감 없이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하였다. 그렇지만 반응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편견 속에 갇혀 공론화 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주책 맞다고 하거나 망측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반대로 유독 노인의 성에 대해서만은 편견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있다. 그 편견을 깨는 노익장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노인의 성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79세의 피카소는 35세의 잭클린과 결혼했고, 가수 파바로티는 60대에 20대 젊은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고, 알랭들롱과 앤서니 퀸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딸을 낳았다. 2002년에 실제 부부가 연기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는 노인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이나 무성이라고 생각해 왔던 편견을 깨게 만들었고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이 노인의 성생활과 성욕구를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

국립재활원 원장은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추계학술대회 강의에서 우리 사회에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지만 60대 노인의 절반 이상이, 80대 노인도 20~30%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노인의 삶의 질 차원에서 성생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교적 가치가 강력하게 발휘되면서 아직도 노인들은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성생활은 정년 퇴직이 없다”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성욕이란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인 세계 1위로 나타나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판에 무슨 성 이야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거 부산시 노인 402명을 대상으로 한 성에 대한 인식조사 실시에서도 41.9%가 일상생활에서 성적 욕구를 느낀다고 답했고 성생활을 하고 있고 만족스럽다고 답한 비율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사회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중요한 것은 노인 스스로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사회에서도 노인의 성을 바라보는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 노인도 중요한 존재이며 성에 대해 표현이 자유로워야 하고 성으로 인해 사랑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인정이 필요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노인의 성에 대해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되어 삭막했던 노인의 성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사회에서 떳떳하게 노인의 성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찾아가는 노인대상 성교육은 예상을 깨고 그 어느 강의보다 반응이 좋았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죄스러움과 시간의 제한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듣고 오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동안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과 무지 속에 있었음을 반성한다. 노인의 성은 주책도 망측하지도 않다는 것을, 성! 아름다운 설렘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