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포함되면서 출발했다. 당시는 국토분단으로 자연자원 부족, 베이비붐 세대의 증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계획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오늘날은 국력과 경제성장의 기반으로 보는 경제적 논리에 더해 공공복리와 개인의 삶 질 향상을 위한 중요 인자로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수준인 2.06명 이하로 하락한 이후, 2018년 0.98명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고, 2023년 0.72명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졌을까? 전문가들은 일자리 부족, 비싼 집값, 교육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개인주의 문화 등을 이야기한다. 원인이 어쨌든 저출생으로 야기될 생산인구의 감소, 수요와 공급 격차에 오는 인플레이션과 복지비용 증가는 현재 우리와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향후 5~10년이 우리나라의 ‘인구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출생아 수가 60만명 이상인 마지막 해가 2000년으로 이는 작년 출생아 수 23만명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높다. 올해 24살인 2000년생이 결혼과 출산하는 향후 5~10년이 인구 회복 반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해법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생을 타개하기 위한 역할을 분담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국민복지 차원에서 우선해 다뤄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큰 그림이 나와야 하고, 각 부처 저출생 예산을 재구조화해 파급력이 큰 정책 중심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자체는 어떤 역할에 중점을 둬야 할까? 정부 주도로 지자체와 함께 분담해서 주는 현금성지원금을 살펴보면, 올해 태어난 첫아이는 첫만남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1,200만원, 아동수당 120만원 등 2,420만원을 받고, 18세가 될 때까지 약 7,40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현금성 출생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로 인접 지자체로 사회적 이동만을 유발하고, 지자체의 재정부담만을 가중해 출생률의 지속적인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결국 경쟁력있는 지자체만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는 인프라, 교육,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인데, 재정투자의 효과성 측면에서도 무엇이 지역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선 8기 광주시가 현금성 출산지원금을 지양하고 경제부담 완화, 의료, 돌봄, 일생활 균형 등을 골자로 추진하는 4대 케어 출산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신속한 의료 서비스다. 광주시는 작년 전국 최초로 야간과 토·일·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제1호 공공심야 어린이병원’을 ‘남구 기독교병원’으로 지정한데 이어, 올 5월에 ‘제2호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광산구 센트럴병원’을 지정해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일명 ‘지각장려금’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학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1시간 늦춰 주거나 앞당겨 주는 ‘초등생 부모 10시 출근제’로 기업의 가정친화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3~5개 가정이 그룹을 이뤄 함께 자녀를 돌보는 ‘삼삼오오 이웃 긴급돌봄사업’ 은 기존 시설돌봄으로 해결되지 못한 야간, 휴일 등 돌봄 공백을 메꿔, 현장 반응이 매우 뜨겁다.

우리 광주여성단체협의회가 광주시로부터 사업수행기관으로 지정받아 전국 최초로 도입 시행하고 있는 ‘손자녀돌보미 지원 사업’과 ‘입원 아동 돌봄서비스’ 또한 광주만의 맞춤형 틈새 돌봄 시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공적제도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을 존중하면서도 주변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서로 살펴주는 도시, 지역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사회적 가족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인구문제의 해법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