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유흥가에서 보도방 업주들간 이권 다툼으로 빚어진 칼부림 살인사건의 전말이 검·경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흉기를 휘둘러 2명의 사상자를 낸 보도방 업주는 신규 업자의 진입을 막아왔던 조직폭력배로 보복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보도방 업주 A씨(58)를 보복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7일 오후 7시 30분께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월계동의 한 유흥업소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B씨(44)를 숨지게 하고 C씨(46)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또 2020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광산구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보도방을 운영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도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로, 약 10여년 전부터 광산구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보도방을 운영해왔다.

특히 보도방 업자들 사이에서 소위 ‘해결사’ 역할을 맡아 신규 보도방 업자의 업계 진입을 통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 2022년부터 A씨와 신규 보도방 업자 C씨 간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신규 보도방 업계는 유흥업소와 유흥종사자들 연락처가 저장돼 있는 영업용 ‘콜폰’을 기존 업자로부터 300만원에 구입해야 했고, A씨의 승낙을 별도로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영업을 그만둘 때는 새로운 콜폰 양수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A씨에게 콜폰을 반납하고 300만원을 돌려받았는데, 당시 A씨는 영업을 그만둔 업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고 착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로 인해 해당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상가번영회’를 조직해 유흥접객원을 직접 고용하며 유흥업소 간 인력을 공유했다.

C씨는 이 과정에서 보도방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될 상황에 놓이자 지난달 상가번영회 회장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입구에서 ‘불법 보도방 및 성매매 근절’ 등을 내세워 집회·시위를 열었다.

사건 당일 집회를 준비하던 C씨 일행은 그 앞을 지나가던 A씨를 향해 확성기로 조롱하는 말을 하며, 보도방 업자들을 갈취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조롱 섞인 말에 격분한 A씨는 결국 범행을 결심했고, 집회를 준비 중이던 B·C씨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사건 발생 직후 검찰과 경찰은 ‘수사실무협의회’를 개최해 살인사건은 물론, 사건의 발단이 된 유흥업소 이권 다툼 과정에서의 불법과 그 배후에 대해 철저히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은 자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고, 살인사건 송치 전부터 폭력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A씨가 조직폭력배인 것을 확인했다.

A씨는 피해자들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보복 목적과 살인 범의를 규명해 가중처벌 조항인 보복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히 이번 수사를 통해 일부 조직폭력배들이 불법 보도방과 성매매 유흥업소의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갈등의 배경이 된 보도방 업자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구속하는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 내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검찰은 보도방 업자 14명을 직업안정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했고, 경찰은 보도방 업자와 유흥업소 업주 등 27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유흥가 이권 다툼의 근원인 불법 보도방 및 성매매업소에 대한 수사·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조폭 등 배후 세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철저한 범죄수익환수 등으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