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동화책 '걱정 없는 약'을 건네 받았다. 요약하면 이렇다. 고양이 가족은 허구한 날 걱정 속에 살아간다. 하얀 털빛이 고운 딸이 비 맞을까 걱정하자 부모는 비를 안 맞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핀잔한다. 나가 놀고 싶은데 어떻게 비를 안 맞느냐 응수한다. 딸이 부리나케 장독대로 달려가자 장독에 머릴 부딪혀 머리를 다치면 어떡하냐고 아내가 염려한다. 남편 고양이는 어떻게 날마다 걱정만 하느냐고 아내에게 볼멘소리를 한다.

이번엔 아들이 아빠 엄마가 걱정을 해서 병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거든다. 부모는 화를 내며 아들이 예쁜 신부도 못 얻고 혼자 살까 봐 걱정을 내뱉는다. 아들은 아빠 엄마가 별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자기는 부모님이 늙어서 제 얼굴을 못 알아볼까 걱정이라 말한다.

고양이 가족은 걱정 없는 약을 구하러 숲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윽고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어떤 할아버지 내외를 만난다. 마침내 그 비결을 알아낸다. 걱정 없는 약은 걱정을 안 하는 것이었다.

이 동화처럼 우리는 세상 살면서 쉴 새 없는 걱정 속에 살아간다. 날씨 걱정, 건강 걱정, 시험 걱정, 취업 걱정, 살림 걱정, 질병 걱정, 자녀 걱정, 부모 걱정, 노후 걱정, 이별 걱정, 죽음과 맞딱뜨릴 걱정 등 개인이 벌이는 근심 걱정만 해도 도처에 깔려 있다. 사회 공동체가 껴안은 걱정,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걱정까지 보태면 자칫 등이 휠 정도다. 고대 어떤 중국인은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할까 하는 불안에 침식을 잃을 정도였다는 고사도 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이 벌이는 걱정 96%는 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염려와 불안에 물들지 않고 걱정을 최소화하는데는 심리적 안정과 하루하루 삶이 유쾌하게 전개되도록 긍정의 삶의 동력을 가동시키는 지혜와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 때 걱정이 최소화 되거나 무화되는 경험을 상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일 일을 걱정하거나 미리 나쁜 사고에 빠지면 긴장과 신경 쇠약으로 이어져 잘 될 일도 그르칠 수가 있다.

마음의 걱정을 잠재워야 육체도 잠든다. 근심에 빠져 살면 체온도 올라가고 혈압도 높아진다고 한다. 조바심은 잠을 못들게 하는 적이다. 걱정은 도깨비 같아서 하면 할수록 해결책 보다는 더 큰 걱정에 빠뜨려 놓는 수렁과 같은 것이다. '왜 잠을 못 자지?'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잠이 더욱 오지 않는 경우와 같다. 걱정의 동굴을 막으려 하면 이미 동굴은 더 커져있어 자력으로 이를 해결치 못하는 시지프스의 바윗돌 같은 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난감해질 일이다.

근심의 파도가 치고 불안의 그늘 드리울 때 가요 한 곡이 주는 위로도 적지 않을 때가 있다. 어느 명 강연 못지 않은 치유의 힘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기에.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같은 가사의 의미를 살려 흥얼거리노라면 내적 기운과 극복의 내성이 몸 안에 돌지 않을까?

지역사회는 지역사회대로 걱정이 있다.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걱정이다. 청년 유출 문제 같은 사안이 그렇다. 유출의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일들을 원하는데 지역이 만족을 시키지 못해 지자체도 지역민도 내심 걱정이다. 새롭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일자리가 모색되어야 한다. 지방 이탈을 손 놓고 바라보지 않도록 지자체와 사회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인구감소나 지방소멸의 먹구름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