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살면서 이렇게 큰 침수 피해는 처음입니다. 물에 젖은 살림살이는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24일 오전 9시께 진도군 군내면 용인마을. 31사단 장병들과 군내면 적십자 봉사회 회원들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폭우로 물에 잠긴 마을을 복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21일 하루 동안 287.6㎜의 폭우가 할퀴고 간 마을 곳곳에는 침수된 차량과 가구 등 생활용품이 널브러지면서 쑥대밭이 됐다. 특히 저지대에선 11가구 중 8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는 등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이날 한 저장강박증 어르신의 집을 복구하기 위해 투입된 20여 명의 군 장병은 묵묵히 주변 논과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뒤엉킨 쓰레기들을 삽으로 퍼날랐다. 이 주택은 인근 산에서 쏟아진 진흙 등의 토사로 뒤덮여 길조차 찾기 힘들었다. 쓰레기와 흙을 담아내고 가구를 옮기는 장병들의 군복은 땀과 물로 금세 흠뻑 젖었다.

마을 한켠에선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자들이 세탁 차량을 통해 흙탕물에 젖어버린 옷가지 세탁에 분주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수해 복구가 더뎌 아직 정리하지 못한 빨랫감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봉사자들은 마을 주민들이 가지고 온 빨랫감을 세탁 차량에 넣기 전 애벌빨래를 진행했다.

봉사자들은 빨래를 하면서도 줄곧 어르신들에게 “몸은 괜찮으시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안부를 물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세탁 봉사는 6시간 후인 오후 3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세탁·건조된 빨래는 총 1톤 트럭 3대 분량이었다.

오전 11시께 용인마을회관에서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활동가의 침수 피해 어르신 상담도 진행됐다. 전남권역을 담당하는 목포 적십자 활동가 3명은 진도 용인마을 어르신을 상대로 수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수해 복구를 마친 한 어르신은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면서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이 집에서 70년 동안 살았는데, 이렇게 수해를 겪은 적은 처음이다. 앞으로 복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 했다.

용인마을 이정열 이장(76)은 “난생 처음 겪는 물난리에 주민들이 모두 넋이 나갔다”며 “특히 고령의 주민들이 많아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31사단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서 수해 복구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최장길씨(58)는 “갑작스러운 폭우에 차량과 가구가 모두 파손돼 막막하다”며 “군 장병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복구가 됐지만, 재산 피해는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