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는 2020년의 사자 성어이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뜻으로 제목의 '내로남불'과 같은 뜻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약자이다. 오래된 단어들이지만 요즘 정치뉴스를 보면서 내로남불과 아시타비라는 단어가 떠올라 이 글을 써보고자 한다.

10개월간 질질 끌던 최재영목사-김건희여사 간의 디올백 수수 사건이 두 명 다 혐의 없음(처음에는 최재영 목사-준사람은 기소 의견, 김건희여사-받은 사람은 불기소 의견이었다)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최재영 목사는 항소를 하여 죄에 대해서 다루어 주기를 요청하였고 더불어 소송을 통하여 디올백을 돌려받아 진위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야당은 특검법을 발의하여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자 하였으나 부결되었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접견을 위한 선물이었을 뿐 윤석열 대통령 직무에 관한 청탁 목적으로 준 것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의견을 보면서 국민들은 결과의 뜻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또 두 명 다 무혐의라는 결과에 대해 정당하다고 느낄지 의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우리 국민들은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교사의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소풍 때 커피 한 캔도 전달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와 관련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지속적으로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9월 27일 한국 갤럽의 대통령 지지율은 23%, 그 전 9월 13일 조사에서는 20%였다. 공교롭게도 2016년 10월 한국 갤럽 정례 조사 상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29%(11월 4일 갤럽 조사에서는 5%지지율 이었다)였던 것을 보면 집권 2년 반년 정도인 윤대통령의 지지율이 얼마나 낮은지를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윤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은채 지지부진한 일방통행식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쯤이면 의심이 된다.

심리학에서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개념이 있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라는 미국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에서 비롯된 말이다. 쉽게 설명하면 자신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허구적인 것 포함)이 사실인 양 여기고 믿는 것이다. 요즘 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의 정치행태를 보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와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떠올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의 정권에서는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의 루머나 스캔들이 터지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해명을 하려고 하거나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어떤 사건이나 행사를 크게 터트린다든가, 야당을 공격하고 그들의 흠집을 들추어 내는 등의 피장파장 수법을 쓴다든가(물타기), 최종적으로 국민께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든가의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우리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봐온 것은 앞서 언급한 상식적이고 오랫동안 우리가 봐왔던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권과 관련된 안좋은 사건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터져 나오고 앞서 나온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건들이 터지면서 잊혀져 가는, 마치 '오물이 오물을 덮는'듯한 일만 경험하고 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채일병 사건, 공천 개입 의혹, 디올백 사건,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등 셀 수 없는 대통령실과 관련된 루머들이 펑펑 터지며 그 전의 의혹들을 희석시키고 있었다. 마치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권처럼 '자신들은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허구의 세계에서 그래도 되는, 무엇을 해도 문제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는 데로 이루어져서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변명이나 형식적인 사과조차도 볼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심리학적으로 리플리증후군의 출발은 욕망의 넘침과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정신병리적으로 정의하자면 '반사회적 인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ro-social 이어야 하는 정치 리더들이 Anti-social인 대한민국. 참 걱정이다. 국민이 리더를 걱정하고 신뢰를 내려놔야 하는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못할 지경이다.

다시 찬바람이 불고 몇 년 전의 모임이 생각이 나는 것은 비단 글쓴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