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직후 10여 년 전 지리산 자락 구례로 귀촌했다. 우연히 소규모 제조업을 시작, 소상공인 생활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청소년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가끔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교복 입은 청소년을 마주칠 때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도시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해가 갈수록 마을마다 빈집이 몇 채씩 생긴다. 어느 학교가 곧 폐교될 것이라는 소식도 해마다 듣는다. 왜 농촌의 소상공인이 폐업할 수밖에 없는지, 폐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농촌 소멸, 빈집, 폐교, 폐업 등등. 이런 말은 예전 도시에서 살 때 뉴스에서 종종 들었지만 지금처럼 현실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필자는 나이 70대 중반을 지나고 있다. 고령화 시대 중심에 서 있는 세대다. 점점 사회에 짐이 되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솔직한 심정이다.



귀촌해 보니 농촌 ‘소멸’ 느껴져



머리가 하얀 나를 보고 아내도 매장에 나오지 말라고 타박한다. 출산율 저하가 가져오는 변화는 그저 숫자나 통계가 아닌, 우리 일상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국가의 존립과 사회복지 체계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위인 홍콩은 0.75명이다. 올해에는 0.68명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가 인구문제를 비상 과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부처 설립을 고려하는 것은 좋지만, 경제적 지원에만 중점을 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출산율 감소는 단순한 경제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 현상이다. 왜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지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시기다.

부모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풍요와 생활의 안락을 경험한 세대에게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적 안정과 물질적 풍요가 주어질 때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여러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과거 우리의 단기간 특별하고 급속한 경제 성장은 많은 국민이 물질적 성공을 행복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른 유례없는 출산율 감소는 예견되거나 자연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출산 정책 장기적 접근 필요



‘돈맥경화’ 사회라는 용어는 물질적 성공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가정의 중요성이 약화된 사회적 흐름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는 신조어가 됐다.

부모는 자녀에게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세대 역시 가정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적인 출산 지원 정책은 필요하지만 출산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변화는 물질적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율 감소는 단순한 경제 문제 이상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 풍요를 이루는 과정에서 진정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진정한 행복과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추구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질적인 방안과 제도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