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이후 23년만에 신간 ‘물염의 노래’(문학들)으로 대중에게 돌아온 나종영 시인(70)의 출간 소감이다.
나시인은 1980년 5·18민중항쟁 직후 결성된 ‘5월시’ 동인 중 한 명이다. ‘5월시’ 는 군부독재의 폭압 아래 다수의 문인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결성됐다. 이른바 1980년대 ‘무크 붐’을 일으키며 한국문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시집은 광주의 아픔과 진실을 밝히려는 초기 시 이후 분단된 민족문제와 참담한 민중현실과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노래해온 시인의 여정을 담은 시인의 시적 결실을 엿볼 수 있다. 23년 만의 출간이지만 고희를 맞은 나시인은 꾸준히 글을 써 왔다. 세속에 물들지 말라는 뜻의 ‘물염’은 나 시인이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와 결이 같았다.
물염은 화순 대표 누정 물염정에서 차용했다. 조선시대 사헌부 감찰 ‘물염 송정순’이 당쟁의 광풍에 환멸을 느끼고 관직에서 물러나 초야에 정자를 은거했다. 나 시인은 물염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그간 써왔던 600~700편의 시를 추리고 추렸다.
시집에는 △물염의 시 △편백 숲에 들다 △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어머니와 초승달 △길은 멀어도 총 5부로 구성, 89편 시를 담았다.추리고 추려낸 시편에는 사물과 세계에 대한 시인의 따스하고 겸허한 자세가 배어있다. 풀과 꽃, 나무, 숲, 연탄, 촛불, 노을, 별 등 자연 사물과 교감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일깨워준다.
5·18, 4·3, 세월호, 용산역 참사와 같은 불의한 사건들을 어떻게 응시하고 실천해야 할지 묻는다.
“글을 쓸 때에 총체적인 균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무’를 떠올렸습니다.”
시인의 자세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해온 나시인은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이해 관계에 따라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거나 변심하는 세상이잖아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겸손한 자세를 갖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시집을 오랜만에 펴내면서 그동안 내가 시인으로서 잘 살아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세속에 물들지 않는 시인으로, 내 글이 ‘물염의 시’이기를 갈구해왔던 것 같습니다.”
시적 정서는 문학적 환경의 생활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나시인은 설명했다.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함평, 장성, 강진 등으로 초등학교를 옮겨 다녔어요. 여러 고을의 자연과 지리, 풍습을 체험할 수 있었죠. 후일 이런 체험은 문학을 하는 자양분이 됐습니다. 수 많은 시인, 소설가를 배출한 광주고에서 문예반 활동을 한 것도 많은 도움 받았어요. ”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 나 시인은 1980년대 ‘5월시’ ‘시와경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1년 창작과비평사 13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끝끝내 너는’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등을 출간했다.
광주민중문화연구회와 도서출판 광주의 창립에 관여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순천작가회의의 출범을 이끌었다.
또한 2005년 9월 광주·전남 지역 최초의 종합문예지 계간‘문학들’을 지역 문인들과 함께 창간하고 지금까지 통권 77호를 발행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편,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출판회가 오는 26일 오후 4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다.
글·사진=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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