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교통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보여요.”

광주시가 최근 민선 8기 역점 시책으로 ‘대·자·보 도시(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도시)’ 전환을 선언했지만 교통 인프라가 현저히 미흡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시민 대부분이 ‘대·자·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와 달리 자가용 이용이 편한 지역 특성상 ‘집에서 지하철·버스정류장까지 5~10분 도보 거리’ 구축 없이 ‘대·자·보’ 시대는 아직 섣부르다는 분위기다.

기자가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대·자·보’를 직접 이용하며 체험해본 결과 시내버스 노선 확충, 정류장 환경 개선 등이 시급해 보였다.

아침 러시아워 출근길을 피해 오전 5시 40분 동구 지산동에서 서부경찰서(서구 치평동)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집에서 25분간 도보로 이동해야 지하철 1호선 문화전당역에 도착했고, 지하철이 오기까지 다시 10분가량 기다렸다.

지하철을 타고 15분 더 이동해 서부경찰서와 가까운 김대중컨벤션센터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또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며 1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해 서부경찰서에 도착했다. 자가용으로 2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대·자·보로는 1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버스로 환승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부경찰서(동구 대의동)에서 서구 화정2동으로 금호36번 버스로 이동하던 중 환승 버스를 놓쳐 도착시간이 예상보다 20분 늦어졌다. 서두른다며 10분 일찍 출발했지만, 양동시장 사거리 신호대기 중 갈아타야 할 버스(매월61번)가 앞서가면서 환승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서구 유촌동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화정2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앱을 살펴봤지만 직행버스를 찾아볼 수 없어 택시를 타고 광천터미널로 이동했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열 의자’는 작동이 되지 않았다. 겨울철 시민들의 언 몸을 녹여주기 위한 온열 의자는 버스 정류소의 한파 대비책으로 설치됐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시민은 “온열 의자라고 해서 따뜻할 줄 알고 앉았더니 차가워서 깜짝 놀랐다”며 “겨울철에 운영된다고 해도 11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에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운영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 가기 위해 서구 쌍촌동에서 북구 매곡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자가용으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버스로는 환승을 하며 1시간 가까이 이동해야만 했다.

기자가 대·자·보 체험을 통해 경험해본 결과 아직은 ‘대중교통 중심 도시’라는 광주시의 선언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배차 간격, 환승 시스템, 노선 부족 등 개선사항이 많았다.

광주형 공유자전거 ‘타랑께’는 지난달 1일부터 운영이 중단돼 시민들은 카카오 등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로만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광천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씨(56·여)는 “종합터미널의 경우 버스 정차 장소가 정해져 있지만, 버스가 몰리는 시간대 정차 장소에 머물지 않고 가는 경우가 많아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북구 양산동에 거주하는데 광천터미널에서 가는 노선이 첨단 30번 하나뿐이라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