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생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집단 유급’ 사태를 우려하던 지역 대학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내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는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올해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과 내년 신입생을 동시에 교육해야 하는 난제가 주어진 만큼 학사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30일 지역 대학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간담회를 가진 후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에서 내건 조건부 휴학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증빙할 수 있는 개인적 사유가 있을 경우 2025학년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만 휴학을 승인하도록 했다.

이로써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고심 끝에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란 요구를 수용한 만큼 내년에 학생들이 복귀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현재 지역에서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전남대 의대생은 650여명, 조선대 의대생은 540여명이다.

2학기 수업 참여 인원의 경우 전남대 의대생은 극히 드물고, 조선대는 의대 재적생 중 2.5%가 수업에 참여 중이다.

즉, 기존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이 유지될 경우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의대의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남대와 조선대는 의대생 휴학 승인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남대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휴학 승인 여부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선대는 전국 40개 의대의 휴학 승인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의대학장이 휴학 승인을 결정하면 휴학원을 제출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지도교수 면담 등을 통해 수업 복귀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휴학원을 제출한 의대생들이 내년에 돌아온다고 해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과 내년 신입생이 일시에 수업을 받게 된다면 실험·실습 기자재와 수업 공간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전남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기존 입학 정원을 125명에서 163명으로 늘렸고, 조선대는 125명에서 150명으로 정원을 확대했다.

1학년의 경우 내년도 증원된 의대생을 합한다면 270~280여명에 달해 현재까지 경험하지 못한 많은 수의 학생을 교육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는 동시 수업 사태를 대비해 학사운영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학사운영을 준비하는 것이 급한 상황이다”며 “화순캠퍼스와 학동캠퍼스에서 의대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데, 3~4학년의 경우 학동캠퍼스에서 실험·실습 수업을 받고 있고 화순캠퍼스는 의대 증원으로 늘어난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업공간은 확보돼 있지만, 의대 교수진 채용을 비롯한 실험·실습기자재 확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시급한 과제”라며 “늘어난 의대 정원을 고려해 학사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학사운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의과대학과 대학본부의 협의를 통해 교육공간과 시설 확보를 위해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