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는 10·29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 같아요. 대처가 늦었다면 분명 인명사고로 이어졌겠죠.”

지난 26일 오후 6시께 ‘충장 라온페스타’가 열린 동구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

전국 최초로 사계절 중 가을에 하얀 인공눈을 뿌리는 축제가 열리자 이 일대는 700여명의 인파로 가득 매워졌다.

특히 행사 무대를 기점으로 수많은 인파가 계속해서 몰리자 길거리를 통행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앞뒤로 꼼짝달싹 못하자 일부 사람들은 시민들간 작은 틈 사이를 밀치며 이동했고, 하마터면 압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행사장을 찾은 한 시민은 “사람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며 “압사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도대체 경찰과 구청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체국 사거리를 지나가던 김모씨(26·여)는 “2년 전 서울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불안했다”며 “좁은 길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에 누군가가 넘어졌더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노심초사했다.

이날 동구는 충장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상권에 방문객을 유도하기 위해 ‘충장 라온페스타’를 열었다.

하지만 사전에 인파 관리를 경찰에게 협조 요청하지 않는 등 안일한 대처로 인해 시민들을 사고위험에 노출케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사안일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는 대목이다.

동부경찰서는 행사 당일 오후 6시께 시민들의 민원을 접수받고 10분 만인 6시 10분께 초동대응팀이 도착해 인파 통제 등 안전 조치를 취했다.

동구는 이날 안전관리 인력으로 18명을 충장로 우체국에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경광봉을 흔들며 인파 통제에 나선 인력은 단 2명 뿐이었다.

대부분 자율복장을 입어 행사장을 찾은 일반 시민들과 구분이 되지 않았고, 안전대책도 사실상 미흡한 상황이었다.

임택 동구청장이 인사말을 하는 도중에는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끼리 이동하는 과정에 서로 뒤엉키기도 했다.

동구는 앞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1단계 MC 안내멘트로 인원 해산 요청 △2단계 행사 속행 후 빠른 종료 △3단계 멘트 후 행사 조기 종료 등 안전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인파 밀집으로 인한 통행제한·이동명령·행사중지 등 조치가 이뤄져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지난 6월부터 진행된 K-POP 경연대회의 경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린 경우는 없었다”며 “이날 5·18민주광장과 동명동 일대에서 행사가 겹쳐 일시적으로 많은 인원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안전한 행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충장상권활성화 추진단 관계자는 “라온페스타 행사에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인파가 몰려 현장 대처를 잘하지 못한 것 같다”며 “다음 달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열리는 K-POP 경연대회 결선에서는 경찰과 협조 체계를 구축해 통제 인원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설 경호 인력도 추가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인파 관리 대책을 다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