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리그는 연속 우승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추세다. 연속 우승은 10년 전 2015-2016시즌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12번의 우승 위업을 세운 KIA 타이거즈가 올해 연속 우승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여러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지닌 주축 선수들은 물론, 그 뒤를 받쳐주는 ‘두꺼운 선수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한 KIA는 시즌 타율 0.301을 기록했다. 대타 타율은 무려 0.340이었다. 주전-비주전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팀, 즉 강한 ‘뎁스(선수층)’를 자랑하고 있다. 2위 LG 트윈스(0.259)와 견줘도 압도적인 수치다.

뎁스가 좋다는 것은 백업에서도 충분히 주전 선수들과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자원들이 다른 팀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어떤 변수가 발생해도 이를 대체할 선수가 있다는 것,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퓨처스(2군) 전력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KIA는 지난해 나성범, 이우성, 최형우, 박찬호 등 주축 타자들이 연달아 부상을 입으며 이탈했으나 그때마다 백업 자원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무사히 시즌을 마쳤다.

KIA는 풀타임 1년 차를 경험한 포수 한준수와 1루수 변우혁, 서건창 같은 슈퍼 백업 선수들이 많았다. 한준수는 김태군과의 완벽한 체력 분배를 통해 시즌 내내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줬고 변우혁도 우타 거포 기대주로서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서건창 역시 준수한 타격감을 자랑하며 주전 체력안배 및 대타 자원으로 기용됐다. 고교 시절 김도영의 라이벌로 주목받은 윤도현도 미래의 주전 내야 자원임을 입증했다. 부상으로 인해 올해 단 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407을 기록했다.

KIA의 ‘두꺼운 선수층’은 든든한 퓨처스리그 지원에서 시작되고 있다.

일본 고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함평에서 만난 김동혁 KIA 퓨처스 운영팀장은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서 1군으로 올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여기서 얼마나 잘 키워 뎁스를 강화시키냐에 초점을 두고,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1군은 경기를 해야 하는 전쟁터라면 2군은 키워내는 곳이다. 그동안 어떤 유형의 선수들이 성장을 많이 했고, 주전급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시즌 전에 모든 선수의 레벨을 나눠서 육성한다. 심재학 단장과 협의하면서 시기별로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는 ‘내년엔 무조건 1군에 올려야 한다. 못 올리더라도 2~3년 안에는 주전급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144경기라는 기나긴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프로야구는 주전 선수들로만 매 경기 나설 수 없다. 경기 중 예상치 못한 변수와 부상, 부진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교체는 필수다.

김 팀장은 “부상으로 인해 공백이 생길 수 있는 포지션을 파악하고 선수 이탈 시 바로 전력을 채울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뎁스층을 좁혀야 한다”면서 “주전과 비주전의 갭차이를 좁혀야 향후 노장들이 빠졌을 때 그 선수들을 대체할 수 있고, 이 부분이 잘 맞아 떨어져야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존 선수들을 메워줄 수 있는 자원들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 미래를 이끌어갈 아기 호랑이 육성을 통해 1군에 필요한 공백이 생기면 서포트하면서 KIA의 왕조구축에 도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