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지역 학계와 법조계에선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시작점이자 사회 대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계엄이 일어난 지 100일 동안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어온 만큼 민주주의·법치주의의 근간을 바로 잡아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이 기각된다면 국민을 향한 탄압과 역사왜곡 등 선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으며, 불의에 항거하는 거대한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최영태 전남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는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사회 대개혁을 통한 7공화국 건설 △내란 가담자 엄중한 처벌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는 “광주비상행동은 탄핵 후 ‘사회 대개혁’을 아젠다로 선정하기로 했고, 탄핵을 넘어 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선 탄핵 후속 조치로 비상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인사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을 바꾸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개헌과 사회 대개혁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다시는 반헌법적인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명예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계엄령 선포에 맞서 싸웠고, 그 정신이 교훈이 돼 더 이상 반국가적·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며 “하지만 윤석열은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실패하게 됐다. 만약 계엄을 막지 못했더라면 80년 5월보다 더 큰 비극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막아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기각 후에는 모든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며, 대규모 민중항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윤석열 시대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만약 기각이 된다면 지역사회를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절망에 빠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송 부지부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사법 시스템에 대해 믿음을 잃어버릴 것이고, 극우보수단체들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탄핵 기각에 대한 전국민적인 운동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윤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을 떠나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폄훼하는 표현들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각 진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상당 기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대학교 4학년 김모씨(26)는 “광주는 과거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만큼 이번 탄핵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잘못이 명백하기에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학생들이 극우·극좌로 나뉘어 갈등이 심화돼 온·오프라인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납득할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한국 경제가 안정화되면서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각될 시 학생들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질 수 있고, 사회적 혼란과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기각된다면 법과 정의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신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탄핵 이후 새 정부는 국민 통합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