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전남체육회)가 한국 바이애슬론에 사상 첫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압바꾸모바는 11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대회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22분 45초 4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선수단 12번째 금메달이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으로 한국 종전 최고 성적은 2003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남자 계주 은메달이다.

이날 압바꾸모바는 완벽한 크로스컨트리 스키 실력과 정확한 사격 능력을 보여주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초반 2.4㎞까지 선두로 치고 나간 압바꾸모바는 이후 중국의 탕자린에게 선두를 내준 뒤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2∼4위권에서 달리던 압바꾸모바는 6.0㎞를 통과할 때도 탕자린에게 2초가량 밀린 2위였으나 막판에 힘을 내며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쳐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의 새 전설을 만들었다. 압바꾸모바에게 2.4초 차로 뒤진 중국의 멍팡치(22분 47초 8)가 은메달을 가져갔고, 중반 선두를 지키던 탕자린은 3위(23분 01초 0)로 마감했다.

러시아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2016년 귀화한 압바꾸모바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여자 15㎞ 개인 경기 16위에 올라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순위를 보유하는 등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타지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압바꾸모바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잠시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압바꾸모바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2020년이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압바꾸모바는 당시 개인전 15㎞에서 52분 31초 4의 기록으로 87명 중 73위에 그쳤다. 장기인 사격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절치부심한 압바꾸모바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바이애슬론계의 숙원을 풀었다.

압바꾸모바는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다.

압바꾸모바는 바이애슬론 종목 가운데 인디비주얼에 특화된 선수로 평가되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이 종목이 빠졌기 때문이다.

압바꾸모바가 정상에 오른 스프린트 종목은 사격보다 주행이 중요한 종목이다. 주행보다는 사격 능력이 월등하다고 평가받는 압바꾸모바지만 이날 레이스에서는 이전보다 속도가 보완된 모습을 보인 덕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적극적인 귀화 정책을 펼친 대한바이애슬론연맹도 압바꾸모바 덕에 처음으로 국제종합대회 금메달을 품게 됐다. 연맹이 압바꾸모바의 귀화를 추진한 지 9년 만의 쾌거다.

압바꾸모바는 지난 2017년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때부터 전남으로 출전해오다, 제100회와 102회 대회때 경북으로 2년간 소속팀을 변경했다. 이후 제103회 대회때부터 다시 전남 소속으로 출전해온 압바꾸모바는 그동안 금메달 10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개를 전남에 안겼다.

예카테리나는 오는 18일부터 개최되는 제106회 전국동계체육대회때도 전남 소속으로 출전, 금메달 3개(여자일반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집단출발·혼성계주) 획득을 노리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날까지(11일 오후 4시 기준)금메달 12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0개로 중국(금 26개·은 23개·동20개)에 이은 종합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 바이애슬론과 함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추가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ｍ에 출전한 차민규는 1분9초63의 기록으로 닝중옌(중국·1분8초81)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이승훈(알펜시아),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도 같은날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과 함께 3분47초99의 기록으로 중국(3분45초94)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 기대주 이나현(한국체대)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000ｍ에서 1분16초39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메달이 결정되는 피겨 스케이팅 남녀 싱글 프리스케이팅은 모두 13일에 열린다. 이 밖에 12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녀 계주, 13일 바이애슬론 남녀 계주, 14일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메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