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주택 담장 붕괴와 외부 균열 등으로 일부 주민들이 생활용품만 챙겨 나와 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제대로 된 안점점검이나 보강 없이 임시 조치만 반복한 결과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21일 밤 10시 20분께 지하철 공사 현장과 불과 8m 떨어진 광주 북구 중흥동 일대 주택 4곳에서 외벽 균열 및 담장 붕괴 신고가 잇따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민 6명이 인근 원룸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에게는 인생에 있어 가장 무섭고 긴 밤이었다. 불안을 넘어선 공포의 시간이었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은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 모씨는 "지하철 공사 이후 집이 울리는 진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 벽에 금이 가는 것도 모자라 집 마당에 있는 하수도 맨홀도 계속 내려앉는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을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정 모씨는 "공사 이후 집 균열이 확산하고 있다. 신고해도 그때뿐으로 임시방편만 하고 나중에 공사가 끝나면 손해 배상을 청구하라고 한다. 뚜렷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아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장 점검에 나선 광주시 안전관리자문단은 노후화된 주택과 건물이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과 충격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하철 공사장 인근의 균열과 붕괴 현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봄철 해빙기와 여른 장마철을 앞두고 지반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최우선 해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시라도 미뤄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공사장 주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건물 균열이나 지반 침하 등은 공사 때 발생하는 충격이 주변 건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진 기록을 남기고 계측을 통해 수위 변동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가 새겨들어야 한다.

지하철 공사장 주변 건물의 위험천만한 상황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시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단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