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관문을 초대형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이 당초 계획 규모보다 크게 축소되고 또 타지역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시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한 반면 울산 지자체와 정치권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까지 바꾸며 신세계 측에 손짓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법인의 그간 지역사회 공헌 노력을 외면하면서 낙후된 터미널 개발·도시 필수 시설 조성 등 공공기여 부담만 주는 ‘과도한 떠넘기기’는 추후 광주로의 기업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20일 광주신세계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 사전협상 대상지로 광주신세계가 선정된 이후 아직까지 사업제안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년 넘게 계획서 미제출 이유로는 수익성 관련 의견 차이 때문이다. 광주시는 사전협상 대상지 지정 때 제시된 주상복합 516세대 건립을 기준으로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광주신세계는 시의 요청인 터미널·학교·병원·공연장·특급호텔 등을 함께 조성하려면 높은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 주거시설 규모를 최소 800세대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행정절차가 늦어지는 사이 신세계 복합쇼핑몰 사업이 추진중인 울산은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 박주형 신세계 대표와 각계의 협조를 구하며 속도를 붙였다.

게다가 울산시는 신세계의 오랜 고민을 해결하고자 백화점 대신 83층, 2,500세대 대규모 주거산업복합단지 2개 동 조성으로 사업 방향까지 바꿨다. 과거 똑같은 행태를 반복중인 광주시와 정반대의 행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2015년 광천동 일대 복합개발을 제안했으나 지역의 반대 등으로 좌초돼 사업지를 대전으로 옮겼다. 대전에 세워진 ‘신세계 Art &Science’는 연 방문객 2,400만 명에 달하는 중부권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광주에서의 협상이 지연되고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투자 규모를 줄이고 우호적인 지역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불경기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힘든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인 4조 4,000억 원 투자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터미널 용도변경, 공연장·도시철도 건설 부담액 등 추정 공공기여 금액은 총 2,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시가 요구한 터미널, 지상 공원, 특급호텔 등은 비수익성 사업이다. 상업시설로만 3조 원 대 외부 자금 조달과 비수익 시설 운영비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택 공급 과잉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이번 개발로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 인프라를 갖춘다면 인구가 늘어나고 주택 수요를 늘려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년 입주 적정 물량은 보편적으로 인구의 0.5%를 책정한다. 지방 특성을 고려했을때 광주는 약 5,000호로 기존보다 300세대가 늘어난다고 주택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건 과하다”면서 “만약 10년 뒤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넘치더라도 4조 원이 넘는 투자가 광주에 이뤄지며 얻는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생각한다면 다른 민간주택 공급을 줄이고 터미널 개발로 주택 수요를 늘리는게 현명한 방안”이라며 “이미 경제는 저성장시대에 돌입하고 기업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광주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랜시간 지역 경제를 이끌어온 현지법인을 대하는 광주시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광주신세계가 30년 간 이어온 소외계층 지원, 장학사업, 예술가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 공로는 외면한 채 막대한 공공기여 부담만 주는 이번 사례가 추후 광주 소재 기업의 영토확장 및 투자를 소극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사업이 본격적인 협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지역에서는 같은 기업의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어 지난 2015년의 아픈 경험과 아쉬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의 신규투자에 대한 행정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광주가 기업 친화적인 도시로 인식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지역 기업의 확장이나 글로벌·타지역 기업의 광주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