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경제성에 발목 잡혔던 광주공공의료원 설립사업이 6·3 대선을 계기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재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탈락한 이후 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인 가운데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공공의료 확대가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다시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올해 말까지 공공의료원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원단은 용역과제를 통해 △인구 분포·의료 이용 및 공급 현황 △지방의료원 설립·해산이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소요 예산, 재원 조달 방법과 적정성 △지역 주민 의견수렴 결과 등 공공의료원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결과물을 토대로 광주시는 공공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및 면제를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총 사업비 1,591억원이 투입되는 광주의료원은 서구 상무지구 일원에 연면적 3만5,916㎡, 지하 2층~지상 4층, 350병상 내외 규모의 필수 의료 중심 20개 과목을 진료한다.

광주의료원 설립사업은 지난 2023년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설립사업 타당성 재조사’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여지껏 답보상태다.

경제성, 정책성, 낙후도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AHP)에서 0.457점을 받아 통상 통과 기준(0.5점)에 못미쳤다.

광주시는 대규모 재난대응체계 확립, 필수 의료 인프라 확대, 공공의료체계 컨트롤 타워 확보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광주지역은 요양·한방병원이 공급 병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적정진료가 가능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공공의료원이 없는 지역은 광주, 울산, 세종 뿐이라는 점도 지역 의료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와 의료 수요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응급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공공병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기현 올바른 광주의료원 설립 시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공의료원을 운영했던 타 지자체와는 달리 광주는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가 없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민간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의료 체계 탓에 그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며 “공공병원은 단순히 병원 하나 더 짓는일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사회 안전망 강화, 보건의료인력 양성과도 맞닿아 있는 복합적인 국가 전략이다. 국가 공공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인 광주의료원 설립을 통해 국립대병원, 보건소, 응급의료기관 등과의 유기적인 의료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했던 공공의료원 설립 사업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주요 공약에 공공의료 확대가 포함되면서 추진 동력을 다시 얻고 있다.

이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지역의사·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을 통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 구현’이 담겼다.

의료 정책과 관련, 이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 가겠다”며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공공의료 거점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가 과거부터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사업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변호사 시절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으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본격적으로 의료원 설립을 추진해 2019년 완공했다.

광주공공의료원 설립과 관련, 국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면제할 수 있는 법안도 추진돼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이 대표발의한 ‘공공의료 예타 면제 2법’은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서 심의중이다.

예타 면제 2법 중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공의료원 건립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신속하게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공의료 확충을 가로막는 경제성과 수익성 중심의 예타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공공의료원 설립은 사실상 어렵다”며 “연구 용역 과제 결과를 토대로 올해까지 당위성을 보완하고, 차기 정부에 지속적으로 공공의료원 건립을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