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특집
교육
경제특집
웰빙라이프

“느림의 미학 속 뜨끈한 국물과 넉넉한 정 맛보세요”

2020. 05.28. 17:47:24

숨 쉴틈 없이 바쁜 일상 속 시간이 유독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 있다.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담양 창평면 삼지내 마을이 그곳이다. 100여년의 세월이 머문 마을의 오래된 돌담 사이를 굽이굽이 거닐다 보면 조급했던 마음도 한결 차분해진다. 창평에는 쌀엿과 한과, 약초밥상 등 자연친화 음식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직, 상인들의 성실함 하나로 명맥을 지켜온 창평국밥은 ‘천천히 건강하게’라는 슬로시티 모토와 많이 닮았다. 마을을 거닐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면, 뜨끈한 국물과 넉넉한 정이 담긴 국밥 한 그릇으로 또 다른 여유를 만끽해보자.



◇전라도 대표국밥

영화 ‘변호인’의 영향으로 돼지국밥 하면 으레 부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돼지국밥은 부산이라고 단정 짓기 전에 창평국밥을 되돌아 보자. 창평국밥은 5일마다 장이서는 창평전통시장을 상인들의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었다. 과거 시장 인근에는 우시장도 있었는데, 한 상인이 돼지 부산물을 받아서 끓여 팔았던 것이 시초다. 그날 잡은 돼지의 신선한 부산물만 고집했기 때문에 장이 서는 날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과거 상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국밥은 이제 ‘창평국밥’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돼 인근 지역인 광주와 목포 등지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십년의 노하우가 담긴 창평 현지와 비교한다면 무언가 아쉽다. 국밥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창평국밥 거리를 찾아보자. 80년 창평국밥의 시초이자 3대째 운영 중인 창평시장원조국밥집은 물론 장터국밥, 창평국밥 등 6곳의 식당에서 향토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맛의 비법은 성실함

창평국밥거리 상인들은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비법은 성실함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 인근지역 도축장에서 부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손질된 부산물을 팔기도 하지만,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직접 손질하는 것을 고집한다. 그 신념을 지켜나가기 위해 소량만 매입하는 것도 기본 중에 기본이다. 돼지손질과 함께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바로 육수다. 돼지 사골 등을 4시간 가량 푹 끓여준다. 육수는 전날 우려 낸 육수와 당일 육수를 5대 5 비율로 섞어준다. 당일 육수만 쓴다면 탁하고 텁텁할 수 있다. 반면 전날 내린 육수와 적절히 섞어주면 맑고 시원하며 담백한 국물을 낸다. 육수와 재료손질 등 모든 작업은 오전 11시가 돼야 끝나지만, 밀려드는 손님에 쉴 틈이 없다. 뚝배기를 끓이는 식당과 다르게 뜨끈한 국물을 그릇에 담았다 붓기를 반복하는 토렴방식으로 국밥을 담아 손님상에 올린다.



◇창평국밥 알고즐기자

기본적으로 창평국밥집에서 국밥을 달라고 주문하면 내장국밥을 준다. 창평국밥의 원조가 바로 내장국밥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창평국밥 메뉴도 다양해 졌다. 머리국밥, 암뽕순대국밥, 순대국밥,새끼보 국밥 등 종류도 많다. 가장 인기메뉴인 머리와 내장국밥 두 가지다 맛 보고 싶다면 모둠국밥을 추천한다. 국밥에 들어간 머릿고기지만 살코기는 두텁고 야들야들하다. 내장은 쫄깃하다. 그저 눈으로만 보아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국물은 시원하다. 기호에 맞게 새우젓과 다대기를 넣어 간을 맞추는 것도 좋고, 나오는 그대로 즐겨도 좋다. 국밥이라는 것이 먹다보면 물릴 수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고집한 탓에 돼지잡내가 나질 않고 먹을수록 구수하다. 여기에 김치를 얹혀 밥과 함께 먹는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사리 추가가 가능 한 곳도 있다. 설렁탕에 넣어 먹는 사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은 잠시멈추고, 창평에서 한템포 느린 시간을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이나라·담양=장동원 기자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