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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그래도, 아날로그다

2023. 01.16. 17:05:00

<화요세평>그래도, 아날로그다
김명화 교육학 박사·작가


계묘년 토기 해 1월 중반부를 지났다. 이러한 시기에는 올 한해를 어떻게 잘 보낼까 설계를 하는 사람이 많다. 1년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장, 달력을 이용하거나 다이어리에 가족의 생일, 특별한 날 등 1년의 삶을 기록해 보는 시기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터가 어디일까?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편의점과 다이소다.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장난감 캐릭터를 고르기도 하고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된 다이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용품을 고르며 시간을 보낸다. 20대 직장인 M도 서점과 문구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문구점에서 다이어리, 메모지, 스티커를 사서 일상의 삶을 기록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이어리에 좋아하는 펜으로 쓰고 지우며 핑크퐁,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면서 유니크하게 일상을 기록한다.

다이어리 구매하는 MZ세대

그동안 우리 삶에 가계부, 다이어리는 장년층이 선택한 경우가 많은데 최근 MZ세대가 수첩, 다이어리를 사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는 MZ세대에게 나타나는 아날로그 현상이다. 갓 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生의 합성어·부지런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삶)이라는 말이 있다. 갓 생을 위한 삶을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연필, 볼펜으로 글씨로 쓰고 포스트를 붙여가며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MZ세대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제적 불황으로 절약하고 아껴야 살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패턴을 변화시킨 것이다. 많은 청춘의 답은 다이어리를 선택해 종이에 무엇인가를 꾹꾹 눌러 쓰면서 삶을 설계하는 것은 더 갓 생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1년의 설계를 온라인에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또박또박 적어보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에 기록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직접 손으로 적는다는 것은 정성이 들어가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글쓰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작가는 컴퓨터로 글을 작성하지만,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김훈 작가다. ‘남한산성’, ‘하얼빈’ 등의 베스트셀러 김훈의 ‘연필로 쓰기’ 책을 보면 ‘1부, 연필은 나의 삽이다. 2부,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3부,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로 구성되어 있다. 연필로 글을 쓰는 작업의 과정은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와 같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서 더 정성스럽게 글을 읽게 되었다.

갓 생의 삶을 살고 싶은 MZ세대가 다이어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팔리는 스벅 다이어리’ 를 보면 ‘커피 쿠폰을 모으면 다이어리를 준다고 해 8만원 정도의 커피를 마시고 쿠폰을 모았는데 당근 마켓에서 1만원 정도로 거래가 되고 있어 차라리 구매하고 말 것’이다. 기사를 보더라도 계묘년 토끼해에 많은 이가 달력, 다이어리, 메모지에 대한 수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슴으로 삶 만나는 과정

코로나 펜데믹 이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와도 세상은 사람이 만들어간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의 삶에 변화를 준다 해도 인간의 기록 작업은 장엄하다. 인간의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의 과정은 아날로그 삶이다. 책을 좋아하는 K가 있다. K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펼칠 때마다 책 속에 글을 남긴다. K의 책 면지를 펼쳐보면 K가 언제 책을 읽었으며 그때의 단상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스마트폰, 온라인으로 남겨질 수 있는 작업의 과정이 아니다. 바로 책의 면지에 남겨놓은 기록의 과정이 K의 책과 대화다. 다이어리에 볼펜, 연필로 꾹 눌러쓴 삶의 기록은 책을 펼칠 때마다 즐겁다고 한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육신의 작업이 내 손끝으로 전해지는 기록의 과정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나만이 갖는 유니크한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아날로그 삶은 빛이 난다. 뭐라도 꾹 눌러 쓰다 보면 나다움을 확실히 찾게 된다.

‘잠시 쓴다’의 나태주 시를 써본다. ‘바람 속에 너의 숨결이 숨었고/ 구름 위에/ 너의 웃음이 들었다./ 너 부디 오래 거기 있어 다오/ 지구 한 모퉁이에서 잠시 쓴다.’ 쓰자. 다이어리에 삶의 일정을 써보자, 또박또박 눌러 쓴 기록은 끊임없이 삶을 가슴으로 만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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