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자유로운 사고는 글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최상의 조건이다. 참신한 시선과 능동적인 표현 안에서 독특한 체취의 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칠 때마다 번민이 일곤 한다. 정해진 규칙이나 격식에 스스로 얽매어 아등바등할 때도 그렇고, 부당함 앞에 쉽게 따지고 들 용기조차 못 내고 쩔쩔맬 때도 그렇다. 좋은 이들과 여행 중에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찬탄에 찬탄을 거듭하건만 나는 가슴 가득 차오르는 교감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먼 산을 한 번 바라보면 그만이다.

마음이 머물 만큼의 일만을 벌이고 관계를 맺다 보니 자꾸만 고립되는 듯한 외로움까지 감내해야 한다. 내 시선 밖에서 일어나는 아픔이나 괴로움을 보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의 결과인 듯해 반성도 해보지만 도리가 없다. 내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이 반듯하게 걸어가야 만이 안도가 되는 강박관념. 한때는 그것들이 나를 지탱하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매어 사는 삶에서 헤어나 멀리 아니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갈망에 목이 말라왔다. 세상의 이치를 거꾸로 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 양초를 발라 반질반질 윤을 내어놓은 한옥 마루에 누워 머리를 툇마루 쪽으로 떨어뜨리고 거꾸로 바라보는 풍경은 말할 수 없는 환희였다. 흰 구름을 가득 피워올린 하늘과 산과 들판들…. 거꾸로 보는 세상이 그렇게 신비롭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람의 성격은 대부분 그 성장 배경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철이 들면서 8남매의 맏이 자리가 지워주는 짐과 기대치의 무게는 자꾸만 내게 바른 자세를 요구했다. 글자 한 자만 기우뚱 써 놓아도 금방 흉내 내버리는 무서운 눈동자들은 자유롭게 또는 거꾸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문학은 수시로 알에서 깨어나라고 요구한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좀 더 용기 있는 삶에 도전해 보라고도 한다. 흥미롭고 근사해 보이는 삶의 길목들을 서성여도 보았다. 나는 나였고 관심만큼만 보였다.

어느 날, 과감히 도회지에서 한 발을 빼내어 자연 속에 풍덩 둥지를 트는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데 오랫동안 갇혀 지내던 동물원의 원숭이 꼴이 되어 머뭇거리는 나를 자연은 망설임 없이 품어 안고 묵묵히 지켜봐 주었다.

자연 속에서는 그 누구도 지시하거나 통제하지 않아도 해와, 달, 별, 바람은 물론 나무, 꽃, 잡초들까지도 모두 천연하고 유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진정 자유의 정신이었다. 그 큰 힘은 도회지 생활에서 만들고 짜놓은 번화한 시간표를 조금씩 잊어가게 하고 순연한 자연의 질서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게 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한껏 피워내면서도 함께 모이면 어울더울 하나가 되어버리는 자연의 신묘한 조화로움, 그 마술 같은 감동은 늘 신선하고 경외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