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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양심시민들이 보둠은 조선소녀들 상처
봉선화 시즌 3 광주서 첫 해외공연
중학생, 직장인 등 나고야 시민 참여
묵묵부답 미쓰비시 행태 꼬집기도

2024. 02.25. 18:36:10

‘봉선화 Ⅲ’공연이 끝나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이나라 기자

광주문화재단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연극 ‘봉선화 Ⅲ’가 지난 24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봉선화 Ⅲ’는 1944년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강제 노역·인권유린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펼쳐온 40여 년간의 투쟁 과정을 그렸다.

연극은 지난 1998년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할머니들을 도와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와 연극단체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이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창작 초연은 2003년 일본 나고야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22년 나고야공회당에서 두 번째 공연을 올렸다. 이번 광주 공연은 세 번째이자 첫 해외공연으로 피해자들의 출신지역에서 막을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무대에 오른 배우는 전업배우가 아닌 중학생과, 직장인, 퇴직자, 실제 소송에 참여했던 변호사 등 나고야시의 시민들이 이끌어 의미가 컸다.

연극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특별한 무대장치와 효과, 세트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채웠다. 배우들은 그간 근로정신대 소송을 진행해 오며 고군분투했던 단체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던 근로정신대의 굴곡진 삶 또한 잘 전달했다.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는 관객을 무대 위로 이끌며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간으로 채워갔다.

공부도 시켜주고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일본인 교장의 거짓말에 속아 조선인소녀들이 끌려온 미쓰비시중공업에서의 굴곡진 삶도 재연됐다. 꽃처럼 예쁜 시절 강제노역에 동원된 소녀들은 다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했고, 찰나의 순간 목숨의 생사가 바뀐 소녀들의 사연도 담겨 안타까움을 줬다. 그들을 위로해 준 건 서로를 위로하며 불렀던 ‘아리랑’. 일본인 배우들이 한국어로 부르는 ‘아리랑’은 소녀시절 양금덕 할머니와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소녀들의 애환을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일본 해방 후 고향을 찾은 어린 양금덕 할머니와 어머니가 나주역에서 재회하는 장면 또한 인상 깊었다. 재회 씬 에서는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가 울려 퍼진다.

“울 밑에선 봉선화야 내 모양이 처량하다. 긴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이곡은 일제강점기 시절 많이 불리던 일본 항거 곡이다. 곡은 극 중 양금덕 할머니 그리고 꽃다운 시절 소녀들의 무너진 꿈과 짓밟힌 청춘을 대변했다.

무대 위 가득 채운 노랫소리와 세상을 떠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넋을 기르는 듯한 춤 선 또한 구슬퍼 이를 보는 관객과 연기를 하던 배우들도 숨죽여 울었다.

한국에 와서도 순탄치 않았던 소녀들의 사연, 이후 인권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이들을 돕게 되는 일본 시민들의 고군분투 과정,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들을 지켜줬던 그들의 마음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게만 느껴진다.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에도 묵묵부답인 미쓰비시의 행태를 꼬집는다. 말미에는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다음 세대로 이어져 지속되기 때문이다”는 대사를 통해 강한 결의를 전한다. 극이 끝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지난 2022년 일본연금기구로부터 후생연금 탈퇴수당금 931원을 강제노동 대가로 받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도 함께했다.

정신영 할머니(95)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진실이 잘 알려지고 모든 일들이 원만히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제작진과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나카 토시오 감독은 “연극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느끼고 감독을 맡게 됐다”며 “모든 배우가 아리랑 음악을 유창하게 부를 수 있었던 건 일본에서 재일교포에게 직접 배우고, 연습한 결과다”고 밝혔다.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무토 요코 씨는 “과거 잘못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은 일본 정부가 부끄럽다. 미쓰비시와 일본정부가 과거에 저질렀던 행실을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걸 양금덕 할머니 역을 맡으며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말했다.



/이나라 기자

‘봉선화 Ⅲ’제작진과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지난 24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연극 봉선화 Ⅲ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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