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단비’다.

휘청이는 호랑이군단에게 귀중한 휴식이 주어졌다. 30일 오후 2시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예정됐던 KIA 타이거즈, 키움 히어로즈와의 더블헤더 1,2 차전이 오전부터 내린 장맛비로 인해 전날(29일)에 이어 취소됐다. 이틀 연속 꿀맛 같은 휴식 및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미 챔피언스필드 그라운드는 젖어있어 대형 방수포가 덮였다. 최근 마운드 난조를 겪고 있는 KIA 입장에서는 숨을 돌릴 수 있는 ‘고마운 비’다.

선두를 달리는 KIA는 팀 타율(0.293), 평균자책점(4.43) 모두 1위로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6월 들어 투·타 조화가 무너지면서 이달 11승 1무 12패를 기록했다. 6월 팀 타율(0.296)은 3위인 반면, 팀 평균자책점(5.45)은 8위로 밸런스가 무너졌다. 6월 한달간 승률(0.478)도 5할 밑으로 떨어졌다.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 더블헤더를 1승1패로 마친 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6월 25일 부산 롯데전 14-1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15-15로 비긴 게 치명타였다. 이후 지난달 26일 롯데전부터 28일 키움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철통같이 지켜왔던 6할 사수 본능은 사라졌고 한때 3경기 차로 1위를 지키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KIA는 삼성 라이온즈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어 수석코치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도 뒀다.

전력을 다해 선두를 지켜야하는 상황이지만 마운드, 특히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필승조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해영이 23일 한화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 제외된 뒤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정해영 이탈후 치른 4경기(1무 3패)에서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10.71로 리그 최하위다. 주간 평균자책점 역시 9.73 부진했다. 정해영이 빠지면서 기존 필승조 최지민과 전상현으로 잔여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한데 선두수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비상상황이다. 이에 이범호 KIA 감독은 “이번주는 정말 힘든 한주였다. 선수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투수진들도 비가 와서 여유를 가지게 됐다. 확실히 재정비를 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며 하늘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이 경기를 며칠 안 해서 감각이 떨어질 우려도 있지만 워낙 많은 경기를 해왔다. 열심히 달리면 후반기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더블헤더가 모두 취소됨에 따라 선발진에도 여유가 생겼다. 당초 29일 경기에서 복귀하려고 했던 양현종을 비롯해 네일, 알드레드를 2위 삼성전에 모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삼성전에서 어떻게 할지 수석코치와 투수코치와 이야기 해보겠다. 대구에서 외인 2명이 던질 수 있다. (양)현종이가 팔상태가 괜찮다고 했지만 안좋은 상태에서 열흘 쉬고 왔다. 확실히 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도 비 예보는 있지만 비가 확실히 올지 안 올지는 가봐야 안다. 일단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은 굉장히 중요하다.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