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개 자치구의회가 9대 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감투싸움에만 혈안이 돼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전·현직 지역위원장 체제에서의 알력 다툼 등이 의장단 원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보다는 잿밥에 눈이 먼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지역 5개 구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북구 갑 북구의원들은 지난 26일 북구 갑 지역위에서 간담회를 열어 최무송 북구의회 부의장을 후반기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의장 후보 선거에는 북구 갑 소속 북구의원 8명이 참여했으며, 최무송 부의장과 함께 경선 후보로 나온 김건안 의원은 기권했다.

앞서 북구 갑 지역위는 사무국장 명의로 ‘최무송 부의장을 후반기 의장으로 추대한다’고 공지해 논란이 일자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투표를 통해 의장 후보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최무송 부의장을 의장 후보로 반대한 의원들은 당론에 기반한 공정한 절차를 준수하라는 중앙당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며 반발했다. 조오섭 전 지역위원장 체제에서 사전에 약속된 전·후반기 갑·을 나눠먹기 구도가 현 지역위 체제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감투싸움으로 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구의회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 체제 속에서 소수당·무소속을 제외한 나눠먹기 관행을 답습해 빈축을 샀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정준호 의원을 유일하게 지지했던 최기영 북구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보류되면서 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 지역위 체제에서 쌓아놓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알력 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구의회의 경우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정진욱 의원이 후반기 의장선거에 관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의원들 간 감투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6일 남호현 부의장과 A 의원은 9대 후반기 의장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 민주당 소속 남구의원 10명의 표심은 5대 5로 갈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정창수 의원도 의장선거에 출마하려 했으나, A 의원과 뜻을 합치기로 했다.

남구의원들은 지난 29일 경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A 의원이 의회사무국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자 민주당 중앙당에서 오는 7월 3일로 경선투표를 연기시켰다.

앞서 A 의원은 사무국 소속 여직원 B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의혹을 받는다. 황경아 남구의장은 조만간 A 의원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무소속 박용화 의원이 28일 민주당에 복당하면서 의장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남호현 부의장과 A 의원의 지지율이 팽팽한 만큼 박용화 의원의 표심에 따라 후반기 의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회도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관례대로라면 후반기 의장은 민주당 내 순번상 서구 갑 차례인 만큼 의장선거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쥔 초선의원들과 후보로 나선 재선의원들 간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서구의회는 그동안 갑·을에서 번갈아 가며 의장 후보를 선출해왔고, 후반기에는 서구 갑 김수영·오광록·전승일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서구 갑 6명 의원은 경선투표로 인해 당내 의원들이 편이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추대하는 방식을 건의했고, 전승일 의원이 추대되자 김수영·오광록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다.

두 의원은 ‘초선의원들이 패거리 정치를 한다’, ‘초선의원들이 재선의원을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등 이유로 지역위에 경선 투표를 요구했고, 지난 24일 전승일 의원이 6표 중 4표를 획득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동구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민주당 소속 초선-재선의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9일 동남을 지역위에서 열린 후반기 의장 경선에서 초선의원인 문선화 의원이 5표 중 3표를 받으며 의장 후보로 결정됐고, 경선 후보로 나온 김현숙 의원(2선)은 기권했다. 김현숙 의원은 오는 7월 3일 동구의회 의장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안도걸 국회의원의 계열인 무소속 박종균 의원은 민주당 복당에 실패해 의장직은 물 건너갔다. 특히 동구의원 7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초선의원이 4명인 만큼 문선화 의원으로 기울고 있다.

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제비뽑기’ 등으로 논란을 빚은 광산구의회도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총 18명 의원으로 구성된 광산구의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14명으로,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역시 민주당 독식 구도 속에서 갑·을 나눠먹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광산구의원들은 최근 총회를 열어 김명수 의원(광산구 갑)을 후반기 의장 후보로 추대했으며, 김 의원은 제22대 총선에서 홀로 박균택 국회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자치21 변원섭 정책위원장은 “의원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이익만을 좇는 담합 행위로 나눠먹기식의 구태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의장,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은 비민주적 절차나 다름없으며, 자질을 갖춘 의원이 의장 등을 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환준·민찬기·김진환·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