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시범운영을 끝내고 국립으로 승격돼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 치유센터로 새 출발한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으로 승격됐지만 운영 예산과 인력이 대폭 축소된데다 국비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반쪽 개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광주시는 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국가트라우마 치유센터 개관식을 가졌다.

치유센터는 107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0㎡) 규모로 올해 4월 준공됐다.

행안부는 제주 4·3의 상처를 보듬고 특화된 치유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제주에도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 이날 광주와 동시 개관했다.

광주 센터에서는 5·18, 여순사건, 부마항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정신·신체·사회적 치유 프로그램, 1대1 상담 서비스 및 방문 치유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기존 시범사업 등록자 사례관리를 위한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등록된 잠재적 등록자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현재까지 센터 등록 회원은 5·18민주화 운동 관련자 487명,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296명, 여순사건 273명,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55명, 민주화운동 관련자 38명, 호남민주열사 유가족 21명 등 등 총 1,231명이다.

올해 1~5월 센터가 제공한 심리적 건강증진 프로그램에는 1,711명이, 신체적·사회적 증진 프로그램은 987명이 참여했다. 또 사회적 치유사업(국가폭력 트라우마 인식개선·인권의식 함양 등)은 1만3,109건을 수행했다.

국가폭력의 형태에 따른 피해자 등록 숫자는 해마다 1,300~1,400명씩 늘어날 것으로 광주시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에 투입될 예산과 인력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면서 정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설립 전 행안부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는 센터 인력 규모 6팀 60명, 연간 운영 비용은 61억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행안부가 올해 책정한 인력과 예산 규모는 각각 13명(1센터·4팀), 16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전액 국비 지원 예정이었던 운영 예산이 절반 수준인 8억1,500만원에 그치자 광주시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5억원을 긴급 편성, 급한 불을 껐다.

반쪽 운영이 불가피해지자 국회는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법 일부개정법률을 발의하고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외 15명과 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비례)외 11명이 발의한 트라우마법 일부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앞두고 있다.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을)도 이날 국립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치유센터 운영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 것은 지방자치법에도 위배될 뿐더러 이론과 원리상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에는 출연 및 보조 대상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해 국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하고, 사건별·지역별 특수성 등을 고려해 각 지역별 설립 근거가 담겼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가가 출자·출연한 기관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할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센터 운영비 전액이 내년도 국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중앙부처와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