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모두 잘 지내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내년 설까지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터미널 대합실은 버스를 기다리는 귀경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귀경객들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음식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등 각자만의 방법으로 버스 출발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탑승하는 승강장에서는 자녀들과 헤어지기 아쉬운 부모들이 대신 무거운 짐을 화물칸에 실어주고 자녀를 부둥켜안으면서 작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버스 출발 시각이 가까워지자 한 가족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자녀가 버스에 탑승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지켜봤다. 부모는 창문 너머로 자녀의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전화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버스가 출발한 후에도 부모들은 자녀가 탑승한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고,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김모씨(53)는 “딸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평소에는 잘 내려오지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환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며 고생이 많을 텐데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강장 한편에서는 자녀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방문했다가 역귀성하는 부모를 배웅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고령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은 손주들은 버스에 탑승하기 전까지 “도착하시면 꼭 연락하세요”, “건강하시고 다음에는 저희가 올라갈게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최모씨(78)는 “설에도 자녀들이 바빠서 못 만났는데 이번 명절에도 일이 많아 올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익산에서 내려왔다”며 “오랜만에 반가운 손주들 얼굴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아팠던 것도 다 나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비슷한 시각 광주송정역에서도 가족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타지로 떠나는 귀경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양손에는 부모와 친척들이 싸준 선물과 짐가방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매표소 앞은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혹시나 취소표나 입석표가 나오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겨우 열차표를 구한 시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열차 탑승 플랫폼에서는 자녀와 손주들을 배웅하던 할아버지가 “자주 놀러 와라,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광주를 찾은 오대원씨(35)는 “항상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잘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번에 많이 야위신 부모님을 보니 자주 들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이들도 오랜만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즐겁게 노는 것을 좋아하니 앞으로는 명절이 아니더라도 자주 방문해야겠다”고 밝혔다.

화정동에 거주하는 임규택씨(69)는 “손주가 모처럼 명절이라고 내려왔는데 추석 연휴 계속된 폭염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와 수서고속철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광주송정역에서 수도권(용산·행신·수서)으로 향하는 모든 열차(SRT·KTX·KTX-산천·KTX-청룡·ITX-마음·새마을·무궁화)의 좌석이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