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진료공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고위험 신생아’를 치료할 의료진이 부족한 데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도 줄어 분만 인프라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병원 소속 전문의는 5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줄었고, 조선대병원은 평균 2명의 전문의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기독병원은 지난해 전문의 2명, 전공의 1명이 근무했으나 올해부터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전국 51개 병원 중 전공의가 있는 곳은 5곳으로 제주대병원(1명), 순천향대 천안병원(2명), 부산성모병원(1명), 대구파티마병원(2명), 한림대 성심병원(1명)이 전부인 상황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소속 전공의가 줄어든 데에는 저출산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 122명이었던 전공의는 2021년 95명, 2022년 88명, 2023년 49명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의료대란 여파로 7명까지 감소했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등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병상을 축소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면서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광주·전남 산부인과 의원 중 분만수가가 청구되지 않은 의료기관 비율은 100%로, 지난 2022년 이후 분만수가를 청구한 산부인과 의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서 의료 행위를 하면 수가를 청구하는데,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았다는 건 분만 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지역 분만 의료기관은 7곳으로 2018년(9곳)과 비교해 2곳 줄었고, 전남은 16곳에서 13곳으로 6년 사이 3곳 감소했다.

전남 고흥과 완도의 경우 올해 7월까지 분만수가 청구가 월평균 1건도 되지 않았다.

종합병원에서도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의료법상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인 경우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이 있어야 하는데, 전국 종합병원 331개소 중 11.5%(38개소)는 산부인과가 설치되지 않았다.

박희승 의원은 “의료대란의 여파가 신생아까지 미치고 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생사의 갈림길을 오갈 수 있다”며 “저출생으로 한 명, 한 명의 탄생이 소중한 만큼 의료진 부족으로 신생아 환자가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출생은 물론 산부인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부족으로 산부인과 의사와 분만 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안정적인 출산 환경 조성과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지역별 분만 인프라가 유지·확충돼야 하고, 기존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긴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