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관련 정책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닌가요?”

19일 오후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애견카페. 점심시간을 맞아 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실내는 무더위를 잊게 할 만큼 시원했고, 반려동물을 위한 메뉴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지켜보는 견주들의 표정은 한없이 즐거워 보였다. 일부 강아지들은 테이블 위에 앞발을 올리고 손님들의 음식을 탐내듯 바라봤다.

현행 식품위생법령에서는 식당, 카페 등 음식을 취급하는 시설과 반려동물의 출입·전시·사육이 가능한 시설은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카페는 공간 구분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바닥 곳곳에 쌓인 강아지 털에도 개의치 않고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다른 애견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방문한 카페에서도 강아지들이 손님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반려견과 함께 온 손님들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애견카페 운영자 이모씨(41)는 “반려동물-영업장 공간 분리 규제가 있는지 몰랐다”며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으로 시설을 분리하면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껴 찾아오지 않는다. 반려동물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법과 규제가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함께 카페를 이용하던 김모씨(31)도 공간 분리 규제에 대해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관련 법규의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며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 기준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지역 반려인은 140만명 중 약 29만명이다.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등록 수는 2019년 약 4만 마리에서 2023년 약 8만 마리로 5년 사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카페나 식당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상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과 영업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해당 영업장은 최대 60일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과 관련된 민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4년간(2021~2024년) 광주 5개 자치구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44건으로 집계됐다. 민원이 접수된 매장에 대해서는 계도조치 또는 분리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수 조치명령만 부과됐다.

이에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통해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을 충족하는 경우 현행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나 식당이 규제 샌드박스에 등록할 경우 △동물 출입구 안내문 게시 △예방접종 여부 기록 관리 △사료 판매 공간 분리 등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매장 중 규제 샌드박스에 등록된 곳은 없으며, 대다수의 매장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구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해 현장에 나가더라도 공간 분리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직까지는 현행법상 동물과 함께 매장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가 불법인 만큼 반려견의 털이 음식에 들어가는 등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매장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가 불법인 만큼 반려견의 털이 음식에 들어가는 등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