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희 교수는 조선대를 거쳐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의대 약리학연구원, 국립보건원, 보건안전연구원 공중보건전문의를 거쳐 1990년부터 조선대에 몸담고 있다. 대한약리학회 중외학술상, 대한약리학회 우수논문상, 산학유공자 교과부장관상, 영국 왕립의학회 이비인후과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저서로 ‘신약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신물질 효능검색’, ‘암이란 무엇인가’, ‘사회와 인체의 이해’, ‘약물나무’ 등이 있다.
●세가지 뜻이 담긴 술 주자
닭 유(酉)자는 뚜껑이 덮인 술병을 그린 것이다. 유자는 십이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0번째 글자로서 오후 5~7시를 의미한다. 유시는 음주 시간 또는 술을 제조하는 데 적합한 시간으로 한자 술 주(酒)자는 물 수(水)와 닭 유(酉)를 합해 탄생됐다. 술 주에 담긴 흥미롭고 유익한 과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술 주란 한자는 빨리 마시면 취하므로 닭이 물을 마시듯 술을 천천히 마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은 음식을 삼키는 연하 근육이 있으므로 물구나무 상태에서도 물을 마실 수 있지만, 닭이나 새는 삼켜지는 근육이 없으므로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에 태우고 갈 수도 없다. 중력으로 마실 수밖에 없기에 물을 찍어 고개를 들어 마실 수밖에 없다. 또 낮술을 마시지 말고 유시(오후 5~7시) 이후에 마시라는 뜻이다. 낮에는 잠을 자지 않아 맨정신으로 취기를 느껴야 하므로 힘들고 일하는데 지장이 있다. 술에 취하면 물에 빠진 닭과 같이 추해져 절주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 세 가지 뜻 중에서 첫 번째가 가장 과학적이고 약리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약물과 술의 차이
일반적인 대다수 약물은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제거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혈중농도가 낮으면 제거되는 속도도 느려진다. 이와 같이 일정한 비율로 제거되기 때문에 약물의 용량을 증감하면 비례해서 혈중농도가 증감된다. 그러나 알코올은 제거되는 속도가 혈중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이 아닌 양이 제거되므로 많은 용량을 투여하면 급격하게 혈중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싱크대의 배출구 크기가 일정한데 수도꼭지를 많이 열면 싱크대 물이 차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빨리 마시면 몸에 부작용
주말과 명절에는 왜 고속도로가 정체될까. 고속도로 출구 차선의 넓이가 주량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술의 배출 차선은 가변차선이 아니라 고정 차선이므로, 차선이 넓어도 진입하는 차가 많으면 정체되듯 주량이 많아도 빨리 마시면 취하게 된다. 제거되는 술 보다 들어오는 술이 많아 혈액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처벌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0.03%, 0.08% 및 0.2%)기준 중 만취에 해당되는 0.2%의 2배 0.4% 이상이면 사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술을 마시는 상태를 넘어,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 상태로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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